[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난 1년 내내 야구에만 집중한다. 지금(코로나19)은 야구 때문에 미처 다하지 못했던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할 때다."
조시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에게 올봄은 유독 간절했다. 오랜 KBO리그 생활을 끝내고 다시 메이저리그(MLB)로 돌아온 첫해다. 두산 베어스에서 2년간 35승(7패)을 올렸고, 지난해 시즌 MVP까지 수상했지만 그에겐 여전히 'MLB 실패자'의 멍에가 드리워져있다. 이에 맞서 스스로를 증명해야하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지금 린드블럼은 밀워키가 아닌 인디애나의 자택에 머물고 있다. MLB 개막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고, 린드블럼은 애리조나의 밀워키 스프링캠프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린드블럼이 4월임에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은 2008년 LA 다저스 입단 이래 13년만에 처음이다.
린드블럼은 자택에 머물면서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기, 피칭 훈련을 비롯한 개인 훈련을 쉬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훈련보다 더 세심하게 챙기는 것은 아내와 세 아이 팔머와 플레슬리, 먼로와 함께 하는 생활이다. 혼자 하는 게임보다는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고, 온 가족이 보드게임을 즐긴다.
린드블럼은 11일(한국 시각) 인디애나 지역 매체 WLFI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근황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비어버린 시간을 채우려고 노력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야구는 내 일이다. 1년 내내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나 자신을 돌아볼 때"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린드블럼은 "그간 나는 야구에 집중하기 위해 남편이나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기도 했다. 내 직업과 그런 책임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올해 (메이저리그)야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시간을 절박하게 요구하진 않는다. 평소에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린드블럼은 지난 2015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며 KBO리그와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롯데에서 2년반, 두산에서 2년간 활동하며 총 63승(34패)을 올렸다. 특히 4시즌 반동안 무려 823⅓이닝을 소화하며 '린동원', '린철순' 등 구단 레전드들에 비견되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KBO리그의 사이영상이라 할 수 있는 최동원상도 두 차례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20승3패 평균자책점 2.50 194⅔이닝을 기록하며 리그 MVP까지 거머쥐었다.
린드블럼은 912만 5000달러에 밀워키와 3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올봄 스프링캠프에서는 선발 2경기 포함 총 4경기에서 10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이에 현지 매체들은 린드블럼의 기량에 대해 '싼게 비지떡'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린드블럼은 현지의 예상을 뒤집고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 전까지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에 충실할 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