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오늘 2번 타순엔 박찬도가 나선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앞선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 때 내놓은 '김지찬-박해민' 테이블세터진에서 변화를 꾀한 것이다.
롯데는 이날 마운드에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를 선발로 올렸다. 삼성에겐 앞선 KIA전 애런 브룩스에 이은 두 경기 연속 외국인 투수와의 맞대결. 삼성은 브룩스를 상대로 4이닝 동안 1점을 뽑아내는데 그쳤지만, KIA 불펜을 두들겨 3점을 추가하면서 4대2로 이긴 바 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기동력 있게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었다"면서도 "외국인 투수를 만났을 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날 롯데가 내보낸 스트레일리를 상대하는 게 앞선 경기서 드러난 단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물음엔 "(스트레일리를 내보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농반진반 미소를 지은 뒤 "같은 외국인 투수지만 브룩스와 스트레일리의 공략 포인트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대 투수(스트레일리)나 벤치가 100%로 하진 않겠지만, 우리 타자들 입장에선 (외국인 투수와) 미리 상대해본다는 측면서 좋은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 타선은 스트레일리를 상대한 4이닝 동안 4안타에 그쳤지만, 볼넷을 4개나 얻어내면서 3점을 뽑아냈다. 허 감독이 2번에 배치한 박찬도는 두 타석 모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1, 2회 호투하던 스트레일리는 볼넷을 거듭하며 제구가 흔들렸고, 결국 4회 연속 3안타를 맞고 3실점하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동안 제구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스트레일리였기에 이날의 투구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일리의 난조엔 허 감독이 내놓은 테이블세터진 변화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리드오프인 김지찬과 박찬도가 타석에 섰을 때 차이는 21㎝. 김지찬 타석에서 좁혀졌던 스트라이크존이 박찬도를 상대할 때 급격하게 넓어진 것이 스트레일리의 난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테이블세터 조합으로 상대 투수를 흔들 수 있는 '작전의 묘미'를 허 감독이 제대로 살린 셈이다. 삼성에게 이날 롯데전은 외국인 투수 공략법을 추가하는 보이지 않는 소득도 챙긴 경기였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