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올해 10개팀 사령탑들의 지휘 경력을 모두 합치면 불과 22시즌 밖에 안된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8시즌으로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하며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과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나란히 5시즌을 지휘했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대행 시절을 제외하면 2018~2019년 2시즌. 그리고 KT 위즈 이강철 감독과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은 지난해 데뷔했다.
여기에 초보 사령탑이 역대 가장 많은 4명이나 된다.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 감독직을 맡았으나 KBO리그는 처음인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이다.
KBO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개팀 출범 이후 감독들 합계 경력이 이처럼 일천한 적이 없었다.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감독들 합계 22시즌은 찾기 어렵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그만큼 KBO리그가 올해 젊고 참신한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걱정도 있다. 초보 감독들에게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패기를 섞는다고 해도 이들 초보 사령탑이 선배 감독들을 상대로 마음껏 기를 펼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기존 감독들 모두 나름의 목표가 있다. 2011년 삼성 사령탑 데뷔 이후 9년 만에 '최고참' 자리에 앉게 된 류중일 감독은 "위에 선배가 있어야 좋은데"라며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까지 612승, 승률 5할6푼5리, 한국시리즈 우승 4회를 기록했다. 올해 시즌 개막 후 97경기 이내에 88승을 보태면 역대 최소 경기 통산 700승 감독이 된다. 현실적으론 어려운 수치다. LG 이적 후 두 시즌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그는 올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정형화된 전력 구성을 선호하는 류 감독에게 키플레이어는 새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다.
김태형 감독은 통산 435승, 승률 6할1푼1리, 한국시리즈 우승 3차례를 기록하며 취임 후 5년 동안 모든 것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굵직한 전력 누수를 겪으면서도 레이스를 주도했고,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이번 시즌 129경기 이내에서 65승을 추가하면 김영덕 감독(847경기)을 제치고 역대 최소 경기 500승 고지를 밟는다.
염경엽 감독은 명예 회복을 노려야 하는 시즌이다. 지난해 두산에 역전 우승을 내준 만큼 시즌 시작부터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친다는 각오다. 염 감독은 "방망이(장타)가 나와야 역전승도 하는 거고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감동이 있는 거다. 홈런은 야구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이다. 감독으로서 그런 경기를 하고 싶다"며 올시즌 공격 콘셉트를 밝혔다. 7승을 더하면 역대 15번째 400승 감독이 된다.
정식으로 한화 지휘봉을 잡은 지난 2시즌 135승, 승률 4할6푼9리을 올린 한용덕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이라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이동욱, 이강철 감독은 올해도 다크호스로 지목받고 있다. NC는 복귀한 나성범, KT는 새 외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에 기대를 건다.
'혁신'을 부르짖고 있는 신인 감독들도 성적에 매달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삼성과 롯데의 두 '허 감독'조차도 실망스러웠던 지난해 성적을 뒤고 하고 승률 5할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