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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은 그동안 '무법변호사'부터 '개와 늑대의 시간, '결혼계약'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섬세하고 깊이가 있는 연출력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온 바 있다. '인간수업'을 통해서도 기존의 학원물과는 달리 범죄물의 레퍼토리를 변주해내며 틀을 깼고, 범죄를 바라보는 네 명의 고등학생 캐릭터들로 강약조절을 하며 강렬한 이야기 장르에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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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은 '인간수업'을 보고 자연스럽게 떠오리는 사회적 이슈. 김진민 감독은 "기획을 할 때, 핸드폰이라는 요즘 사람들의 필수적인 소품이라고 해야 할까. 필수품을 가지고 이용해서 안의 사건들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지 궁금증이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일부 있었기 때문에 없는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작을 마친 뒤 n번방 사건도 터졌고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드라마를 만들며 조심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미화가 이뤄지면 안된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 피해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다루다 보니, 왜곡된 시선을 다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성매매에 관련한 내용이 나오니, 그 부분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논문과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면서 그 기준이 정확한지 가늠을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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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은 "쉼터 이야기를 다룬 것이 있는데, 가출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범죄로 빨려 들어가는 굴레에 대해서 여성학, 문화인류학 하는 분이 현장에서 있던 경험을 책으로 써놓은 게 있었다. 그걸 촬영감독님이 권해주셨는데, 그걸 읽고 극중 민희 역할을 한 다빈 씨에게도 그 책을 건넸고, 참고가 많이 됐다. 제가 가진 사회적 편견보다 이 부분이 넓게 일어나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성매매 중계'의 경우에는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작가님의 세팅대로 해석을 했다. 제가 바라본 쪽은 성매매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왜곡된 시선을 개선하려고 했다. 구글링이나 논문, 초록을 보면서 형사사건이 어떻게 실제로 진행이 됐는지 기사도 찾아봤고, 초기에 대본을 받아보면서 그걸 알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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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미성년자 성매매를 다루는 드라마는 TV매체가 아닌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김진민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넷플릭스가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처음엔 겁이 났다. 안 날 수 없었다. 연출로서의 답이 대본을 보자마자 생기지는 않으니. 겁과 같이 온 것이, 이걸 안 잡으면 후회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두려움 때문에 안 할 작품이라면 뭐가 오든 두려울 거라고 생각했고, 젊은 신인 작가의 글이 자기가 솔직하게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세상이 잘못됐다고 냉소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걸 그렇게 그리고 싶어한다는 모처럼 보는 작가정신이 있고, 날 위에 서있는 느낌이 있었다. 이 친구를 만나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이끌었다. 넷플릭스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이런 것을 소재로도 하지 않을 거고, 시리즈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를 제외하고는 넷플릭스밖에 없는 것 같다.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거에 대해 또 다른 방법으로 책임을 지려는 느낌의 서비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서 하지 않으면 안될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제가 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진한세 작가는 송지나 작가의 아들이자 신인. 김 감독은 "처음 만나고 계속 만나면서 저한테 들었던 생각은, 이 작가가 귀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핵심으로 잘 듣고 깊이 고민하고 작품을 놓고 필요한 것들과 필요하지 않을 것들을 구분하는 힘도 있고, 남의 의견을 돌이켜 생각하고 때로는 폐기할 수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사람이라면 무슨 의견을 내도 곡해하지 않을 거 같고, 나도 이 사람의 의견을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때로는 의견충돌도 있었지만, 작가 입장에서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저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들의 의견도 어쨌든 편견이 없이 받아주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결과물로 받아냈고 성실하게 만들어주셔서 제작하는 데에 문제가 없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은 한 번에 전편이 공개되는 넷플릭스의 시스템에 대해 "오픈이 되면 모든 사람이 동시 접속이 가능하니 어떤 식의 결과가 다가올지 감도 없었다. 나가고 나서 반응이 온다고 느낀 것을 본 것이 넷플릭스에 순위가 나오니까 첫 날만 두 번은 들여다 봤다. 첫 날에는 순위에 없어서 마음을 비웠었다. '킹덤'처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흥행요소가 가득한 오락물이라는 생각은 안했기 때문에 욕은 안 먹으면 좋겠다, 다른 해석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염두에 뒀었다. 처음 해봐서,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의 묘미까지는 모르겠고, 사전에 정교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던 것이 TV 연출로서는 많이 고마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머릿속으로는 숫자라고 생각하지만 부담이 된다. 넷플릭스에서 어떤 작업을 할 때 저 숫자가 기준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저 숫자는 무서운 숫자일 거 같다. 앞으로는. 1까지 가봤기 때문에, 기준이 1이 된다면, 저의 인생이 더 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