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패기와 재능을 갖춘 영 플레이어가 '경험치'까지 먹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2020시즌 강원FC를 들여다보면 된다. '기대주'의 레벨을 벗어나 '스타 플레이어'의 위치로 부쩍 성장한 두 명의 젊은 공격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지난 시즌에 강원 공격을 책임졌던 영건 듀오 조재완(25)과 김지현(24)이다.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병수 감독이 겨우내 공을 들인 만큼 어느 정도 성장은 예상됐던 바다. 하지만 막상 오랜 기다림 끝에 그라운드에서 선을 보인 이들의 플레이는 확실히 지난해에 비히 진화해 있었다.
조재완과 김지현은 지난해 '강원 돌풍'의 주역이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강등 후보'였던 강원은 시즌 중반 이후부터 저력을 보이면서 이내 스플릿A 안정권에서 순항했다. 팬들은 '병수볼'이라며 강원의 축구에 열광했다. 그 중심에 20대 초반의 젊은 공격 듀오가 있었다. 김지현은 10골-1도움(11 공격포인트), 조재완은 8골-2도움(10 공격포인트)을 올리며 팀의 날카로운 창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영광만 있던 건 아니다.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9월 말 부상을 입어 모두 시즌 아웃됐다. 강원으로서는 크나큰 손실이었다. 팀내 공격 포인트 1, 2위를 기록하면서 팀 총득점(45점)의 40%를 맡았던 선수들이 9월 말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급격히 힘이 빠졌다. 한때 4위 이상까지도 넘보던 강원은 결국 스플릿A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상대의 허를 찔러 골을 넣어줘야 할 선수들이 빠진 공백을 메울 수 없던 것.
그런데 이런 아쉬움이 결과적으로는 김지현과 조재완의 성장 동력이 됐다. 김지현은 시즌 후 열린 2019년 하나원큐 K리그 어워즈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지만,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놓곤 했다. 조재완도 마찬가지다. 동계훈련 기간에 '시즌 완주'와 '두 자릿수 이상 득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워놓고 절치부심했다.
이들의 모습에서는 확실히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 티가 났다. 김지현은 지난 10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FC서울과의 개막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교체 투입돼 7분 만에 동점골을 뽑았다. 신광훈의 크로스를 수비 뒤로 돌아가 슬라이딩 하며 발로 밀어넣는 장면에서는 지난해 김 감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골 지역에서의 침착성'이 돋보였다.
조재완 역시 후반 기막힌 터닝 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지난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과 더불어 그라운드에서 한층 여유로워진 자신감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김지현과 조재완이 지난 해처럼만 해줘도 강원은 분명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개막전을 통해 나타난 이들의 모습은 지난해 이상이었다. 올 시즌 강원의 공격이 더욱 무서워진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