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상주 상무와의 개막전에서 4대0 대승을 거둔 이튿날인 10일 일요일 오전 9시 울산 현대 선수단 전원이 클럽하우스에 출근했다.
전날 경기를 뛴 선수들은 가벼운 회복 훈련으로 몸을 풀었고, 뛰지 않은 선수들은 울산대와 90분 연습경기를 소화했다. '원톱' 비욘 존슨이 4골을 몰아치며 5대1로 대승했다. 개막전 MVP 주니오의 멀티골에 이어 존슨의 4골까지 터지며 올 시즌 울산의 '화수분' 공격축구에 기대감이 치솟았다.
이날 '개막전 선발조' 이청용 주니오 데이비슨 불투이스는 회복훈련 후 곧바로 퇴근하지 않았다. 연습경기 내내 매의 눈으로 동료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피로골절 부상을 털고 몸 만들기에 한창인 베테랑 박주호도 함께였다. 풀타임 경기를 지켜본 센터백 불투이스는 "어제 4대0 이기는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간 비욘 존슨이 오늘 골을 많이 넣어서 자신감이 부쩍 올라갈 것같다"며 흐뭇해 했다.
개막전 벤치 선수가 선발선수를, 연습경기 벤치선수를 선발선수가 서로 응원하는 훈훈한 풍경에 대해 김도훈 울산 감독은 "우리 울산은 경기를 뛰는 선수나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나 하나다. 선수들 스스로 연습경기 현장에서 동료들을 지켜보고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개막전 대승 직후에도 김 감독은 "경기에 나가지 않은 선수들도 잘 준비돼 있다. 그 선수들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올 시즌 초호화군단 울산을 이끄는 김 감독은 경기를 뛴 선수들의 회복,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마음의 키를 똑같이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 시즌 이청용 윤빛가람 조현우를 폭풍영입한 '초호화군단' 울산은 벤치 명단도 눈이 부시다. 상주와의 개막전에도 '국대 출신 베테랑 미드필더' 고명진, '노르웨이 국대 공격수' 비욘 존슨, '김학범호 왼발 에이스' 이동경이 교체카드였다. '국가대표 베테랑' 이근호와 박주호, '국대 센터백' 윤영선과 김기희, 'U-23 아시아챔피언십 MVP' 원두재 등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투입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절치부심, 15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울산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발명단 뒤 실력파 벤치 선수들이다. '공 잘 차는 애 옆에 공 잘 차는 애'가 있는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그래서 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K리그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김 감독은 최고의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법을 안다. 이청용 이근호 박주호 등 멘탈 좋은 진짜 프로들이 김 감독의 뜻을 기꺼이 따르며 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경기 이튿날 일요일 아침 연습경기 스케줄을 잡은 데 대해 김 감독은 "개막전을 뛴 선수들과 뛰지 않은 선수들의 몸 상태와 리듬을 똑같이 맞추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휴식도 같이 해야 하고 뛰는 것도 같이 해야 한다. 경기를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제일 힘들다. 오랜 지도자 경험을 통해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경기력을 다함께 끌어올리면서, 전체 선수단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강한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원팀의 관리법이다. 17일 수원 원정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수원전에 나서지 않는 선수들을 위해 전날 연습경기 일정을 함께 잡았다.
김 감독은 선발 명단 선정과 관련 "당일 가장 몸이 좋은 선수를 내보낸다는 원칙"을 밝혔다. 축구 전문가의 안목에 명확한 데이터를 더해 공정성과 객관성에 입각해 선발 명단을 결정한다. 김 감독은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 선수들과 늘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몸상태,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를 면밀히 살펴본다. 명확한 기준을 갖고 냉정하고 정확한 선택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머릿속에 따로 주전, 비주전을 정하지 않았다. 우리 울산은 그날 나가는 선수가 베스트11이다. 누구나 그라운드에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라며 절대 신뢰를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