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무니(문경찬)는 문제가 없다. 언제나 내가 맡긴 일을 잘해줬다. 오늘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바야흐로 '마무리 수난시대'다. 13일 KBO리그에서는 NC 원종현과 KT 이대은, 롯데 김원중, 두산 이형범까지 4명의 마무리 투수가 블론 세이브의 쓴맛을 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의 문경찬은 달랐다. 불안하게나마 이틀 연속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자신을 믿어준 맷 윌리엄스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올시즌 문경찬은 총 4이닝 동안 6피안타 1홈런 2실점(2자책)을 기록중이다. 마무리투수에게 요구되는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7일 키움 히어로즈 전에서는 테일러 모터에게 홈런을 허용했고, 10일 삼성 라이온즈 전에서도 1실점했다. 다행히 KIA가 각각 4점, 10점 앞선 상황에서 컨디션 조절차 등판한 경기였다.
한화 전은 두 경기 모두 1점차의 칼끝 승부였다. 이틀 연속 버라이어티한 위기를 연출했다. 첫날은 2대1로 앞선 9회 2사 후 볼넷, 안타, 중견수 실책을 묶어 2사 2, 3루가 됐다. 마지막 타자 최재훈의 타구도 매서웠지만, 다행히 우익수 직선타로 막아냈다. 홈 승부를 위한 전진 수비가 도움이 된 타구였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2차전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오늘도 상황이 되면 투입하겠다. 전혀 문제 없다"며 '뒷문경찬'의 기를 살려줬다.
이날 경기는 한층 더 급박했다. 9회 등판한 문경찬은 선두 타자 이성열에게 안타를 맞았다. 정은원을 삼진 처리했지만, 최재훈에게 11구까지 가는 파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다음 타자 이용규의 몸에 바짝 붙이려던 공이 타자의 종아리를 강타,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한화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정진호와 하주석의 타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문경찬은 정진호를 좌익수 쪽 얕은 플라이, 하주석을 1루 강습 땅볼로 처리하며 이틀 연속 세이브를 달성했다.
문경찬이 지난해 같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4~5㎞ 가량 줄어든 직구 구속이 결정적이다. 문경찬의 지난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40.7㎞(스탯티즈 기준)였다. 시즌 막판에는 144~145㎞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한화 전 들어 문경찬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13일 경기 때는 137.1㎞에 그쳤다.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마무리투수로선 아쉬운 수치다.
경기 후 문경찬은 "어제 오늘 아찔한 경기였다. 마지막을 편하게 끝내야하는데, 팀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안도와 더불어 속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작년에는 욕심 없이 마음을 비우고 던졌는데, 올해는 의욕이 너무 앞섰다.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밸런스가 흐트러져 구위가 안 나오는 것 같다. 타자들이 직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것 같아 변화구 비율을 높인 것도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경찬은 "차라리 부족한 모습이 시즌 초반에 나와 다행이라 생각한다. 욕심을 버리고 더 분발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올시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이기는 경기를 지켜내는게 중요하다"며 선수단을 치하했다. KIA는 시즌 첫 3연승을 질주하며 4승4패를 기록, 리그 6위가 됐다. 반면 한화는 5연패의 늪에 빠지며 8위가 됐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