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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분석]심상민-김용환 공백 메운 김기동 감독의 묘수, 스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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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김기동 포항 감독의 기민한 대응이 빛난 한 판이었다.

포항은 3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에서 4대1로 이겼다. 포항은 이른 시간 골이 터지며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6분 팔라시오스의 크로스를 일류첸코가 오른발로 마무리했고, 전반 16분 팔로세비치의 코너킥을 하창래의 발리슛으로 득점했다. 후반 23분 역습 상황에서 이승모가 쐐기골을 넣었다. 후반 40분 송민규의 골까지 더한 포항은 시즌 2승째를 신고하며 단숨에 4위로 뛰어올랐다. 전반 25분 김호남의 절묘한 감아차기로 개막 4경기만에 첫 골을 신고한 인천은 2연패에 빠졌다.

포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개막전 완승 후 2경기 무승, 설상가상으로 팀의 핵심인 좌우 풀백 심상민 김용환이 동반 군입대로 팀을 떠났다. 좌우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포항은 뒤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심상민 김용환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시즌 중 상주행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이른 입대에 김 감독은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김상원 권완규 등이 있지만, 공수는 물론 빌드업까지 가능한 심상민 김용환의 공백을 메우기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대안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의 해법은 전술변화였다. 기존의 포백을 버리고 과감히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측면 공격을 강조하는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수비를 강화한, 그야말로 '묘수'였다. 김 감독은 김상원과 심동운을 좌우에 배치했다. 김상원은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고, 심동운은 아예 전문 윙어 출신이다. 김 감독은 이들을 활용해 기존에 하던데로 측면을 집중 공략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스리백으로 메웠다. 기존의 김광석 하창래에 전민광을 넣어 수비벽을 두텁게 했다.

미드필드 운용도 이채로웠다. 팔로세비치와 이승모, 그리고 최영준을 역삼각형 형태로 배치했다. 이승모가 키를 쥐었다. '박스 투 박스(공수 전방위 미드필더)' 형태로 움직였다. 포항은 이날 팔라시오스-일류첸코 투톱을 내세웠는데, 팔라시오스는 주로 오른쪽에서 활동했다. 공격시 이승모가 전방까지 올라가 홀로 서있는 일류첸코를 지원했다. 수비시에는 좌우 윙백들의 뒷공간을 적절히 커버했다.

포항은 김 감독의 용병술을 앞세워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김상원 심동운은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새 전술 속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였다. 포항은 외인 트리오 '일(류첸코)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은 1골-4도움을 합작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김 감독은 후반 이광혁을 투입해 3-4-3 전형을 테스트하는 등 여러 면에서 소득을 얻었다. 인천은 투병 중인 유상철 전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승에 도전했지만 이전 3경기에서 한 골 밖에 내주지 않은 수비가 4골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