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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신인 소형준의 똑똑한 투구, 투심 의존증 단숨에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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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구종 활용에 대한 약점이 드러나자 곧바로 변화를 줬고, 성공했다. 신인 답지 않은 영리한 투구법이다.

KT 위즈 소형준이 어느덧 4승을 거뒀다. 3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2안타 2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한 호투를 펼친 소형준은 자신의 시즌 4승째를 수확했다. 아직 정규 시즌 전체 일정의 1/5도 치루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상으로는 15승 이상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의 4승에는 운도 따랐고, 이강철 감독이 신인 투수 관리를 위해 투구수와 이닝 제한을 약속했기 때문에 15승까지는 사실상 무리다. 하지만 부상만 없다면 10승까지는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만의 고졸 신인 투수 10승 기록을 충분히 내다볼 수 있다.

3일 두산전 승리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볼배합 때문이다. 앞선 등판에서 소형준은 투심 패스트볼을 가장 높은 비율로 던졌다. 기본적으로 힘 있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지만, 문제는 변화구였다. 포심을 효과적으로 던지기 위해서는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확신있는 변화구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다보니 점점 투심 의존도가 높아졌다.

3일 경기전에 만난 이강철 감독도 소형준의 투구 패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가 없어서 그렇다. 투구수를 적게 가려고 하다보니 투심으로 빨리빨리 아웃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확실한 변화구가 있어야 포심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변화구 장착에 대한 과제를 주문했었다.

그런데 이날 실전에서 소형준이 확 달라진 볼 배합을 보여줬다. 두산을 두번째로 상대한 이날 소형준은 7이닝동안 투구수 96개로 고효율 투구를 펼쳤다. 96구 중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은 투심이 아닌 체인지업(39구)이었다. 투심은 26구, 포심은 15구, 슬라이더 13구, 커브 3구를 각각 던졌다.

나름의 연구 결과다. 소형준은 최근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5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5월21일 한화전에서 5⅓이닝 9안타(1홈런) 8실점, 5월 28일 KIA전 5이닝 9안타(2홈런) 5실점 등 2경기 연속 홈런을 허용하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 타자 노림수에 당하는 등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결국 투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날 두산전에서는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변화를 줬다.

그리고 효과를 봤다. 패스트볼 승부를 예상하고 들어온 두산 타자들은 소형준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7이닝동안 단 2안타로 묶여있었던 것을 봐도 노림수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승리투수가 된 후 소형준은 "변화구를 같이 활용하다보니 직구도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졸 신인이라고 믿기 힘든 과감한 변화가 통했다. 물론 이날은 체인지업이 잘 긁혔기 때문에 앞으로 등판할 모든 경기에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거라 할 순 없다.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강철 감독도 "내년에는 확실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지만 설계를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 자체로도 신인 투수답지 않다. 이강철 감독도 소형준의 변화구 활용법을 보고 "탁월한 투구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막내를 향한 응원 메시지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