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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본 프로축구에 진출한 한국인이라 하면 J리거(축구선수)를 떠올린다. 하지만 선수만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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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급 심판 가운데 교포나 한국계 일본인이 더러 있지만 순전히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는 이씨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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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무심코 따두었던 심판 자격증이었다. 이후 대학 공부를 병행하면서 대학축구리그 1급심판으로 활동하다가 2009년 무릎 부상으로 1년째 재활하던 중 슬럼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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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마음 잡고 공부 좀 하자'고 했는데 마음 깊이 묻어뒀던 '축구사랑'을 자극하는 계기가 생겼다. 한국에서 같이 심판을 했던 고향(대구) 후배가 국제심판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도 했는데, 나도 해보자'며 2011년 5월부터 다시 J리그 심판에 도전을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이씨는 히로시마대학교에서 보건심리학 석사를 거쳐 스포츠심리학 박사과정 수료까지 했다.
이씨는 한국에서의 심판 경력 덕분에 어려운 1급심판 과정을 무난히 통과했다. 2008,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으로 풋살강사 교류행사가 있었는데 이때 강사로 초청된 일본축구협회 심판위원장과 인연을 맺은 게 도움이 됐다. 그런 인연을 통해 한국 심판 자격을 인정받았고 실기와 면접을 단번에 통과하면서 J리그 1급 자격을 따는데 성공했다.
이씨는 2016년부터 J2리그에 배정돼 주심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부터 부심 전담 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심판을 주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게 힘들다고 한다.
이씨 역시 '투잡'을 뛴다. 재일교포가 경영하는 투자자문회사에서 해외사업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경기가 있을 때 그라운드로 달려간다. 이씨는 "다행히 사장님이 교포이셔서 유일한 한국인 직원인 나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며 웃었다.
2019년 시즌 그는 일본 프로축구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J2리그 13라운드(5월 12일) 에히메FC-가고시마FC의 경기에서 부심으로 온사이드 판정을 내렸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오프사이드처럼 보이기도 해서 서포터스의 거센 항의에 시달렸다. 하지만 사후 판독 결과 이씨의 정심으로 판명돼 '꼼꼼하게 잘 보는 심판'이 됐다.
이씨는 "일본에서 유일한 외국인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자부심도 느낀다. 한국인 심판이라고 흠이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게 된다"면서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를 볼 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면 놀라면서 반가워 하는 선수들 모습에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선수는 J2리그를 거쳐 올해 전남 수비수로 입단한 박찬규라고 했다.
이씨는 먼 훗날 목표로 심판행정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월드컵 때마다 일본인 심판을 배출하는데 한국은 2010년 남아공대회 이후 월드컵 국제심판이 없는 게 아쉽다. 한·일 심판 교류에 작은 힘이 된다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갈 것"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심판강사 자격증도 취득해뒀다고 한다. 역시 '열혈남아' 이상기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