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감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최근 포수에서 투수 전향 결정을 한 나균안(21·개명 전 나종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나균안은 투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최근까지 퓨처스(2군)팀에서 투수-포수를 겸업했던 그는 구단 육성파트 쪽에 투수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노력한 만큼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된다'는 뜻을 담은 이름으로 개명을 택하기도 했다. 롯데 육성 관계자는 "나균안이 포수 역할을 할 때 투수 때 만큼의 자신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이런 나균안의 결정은 허 감독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겼다. 나균안의 이탈은 롯데 안방의 백업 자원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 1군 포수 엔트리를 김준태 정보근 2인 체제로 꾸린 상태. 그러나 지성준이 사생활 문제로 이탈한 가운데, 현재 2군팀엔 조현수 김호준 이찬우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장 김준태나 정보근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될 경우, 이들 세 명 중에 선택해야 한다. 출전 경험 자체가 많지 않은 이들을 1군 변수를 메울 '제3의 포수'로 꼽기 쉽지 않다. 강동관 나원탁 등 전역을 앞둔 포수들이 있지만, 이들의 활약은 후반기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다.
허 감독은 2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제3의 포수가 필요하긴 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대표이사, 단장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단장님이 2군에서 제3의 포수를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내가 2군을 모두 챙길 순 없다. 현장은 믿고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준태 정보근이 수비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수석코치가 2군에서 기록을 보면서 (제3의 포수를) 체크 중"이라고 밝혔다.
나균안의 선택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허 감독은 나균안이 유구골 골절 회복 과정에서 투수 연습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낸 바 있다. 그는 "개인적으론 아쉬운 감이 있다. 나균안이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2년 동안 100경기 넘게 (포수로)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투수 전향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제3의 포수로) 8할 정도 생각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억지로 포수를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내가 감독이라고 해도 선수에게 '해보겠느냐'고 제안을 할 순 있어도 '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그건 소통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수의 인생이고, 본인 스스로 내린 결정은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