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채용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 방식에 있어서 하반기 신입 수시채용 비율이 처음으로 공채 비율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또한 하반기 채용 규모도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전년 대비 줄어 가뜩이나 '바늘 구멍' 취업시장은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수시채용>공채, 채용시장 첫 역전…대기업 공채 3년 연속 감소
24일 취업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상장사 대졸신입 공채계획이 크게 줄고, 반대로 수시채용 계획이 앞서며 첫 역전했다.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기침체에 코로나 악재까지 맞아 대규모 신입 채용을 할 여건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530곳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0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에 '대졸 신입 사원을 뽑겠다'고 확정한 상장사는 57.2%이다.
이는 지난해 66.8%에 비해 9.6%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반대로 '대졸 신입을 뽑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은 14.2%(지난해 11.2%), 아직 채용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한 '채용 미정' 비율은 28.6%(지난해 22.0%)로 각각 집계됐다.
전년대비 신입채용 기업은 크게 줄고 반대로 안 뽑거나 불확실 기업은 소폭 늘어난 것이다.
채용방식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하반기 '공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기업은 39.6%로 작년 49.6%에 비해 10.0%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수시채용' 계획은 지난해 30.7% 대비 올 하반기 41.4%로 10.7%포인트 늘었다. 공채보다 수시채용 계획이 1.8%포인트 높게 집계된 것으로, 신입사원 수시모집 비율이 공채비율을 제치고 처음 역전한 것이다.
공채비율을 줄이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공채보다 수시충원 채용이 효율적이라고 판단(34.8%)'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영환경 변화로 신입보다 경력직을 우선 선발(32.8%)'이라고도 밝혀 신입 구직자의 취업문은 더 좁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 여파로 공채선발을 진행할 여건이 안된다(27.4%)'는 답변도 있었는데, 이는 경기 악화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공채진행을 더욱 꺼리게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규모 인원선발의 창구인 대기업 공채계획 역시 3년 연속 감소했다.
하반기를 기준으로 2018년 67.6%에 달했던 대기업의 신입 공채계획이 지난해 56.4%, 올해 54.5%로 3년간 13.1%포인트 줄었다.
반면 수시채용은 2018년 11.8%에 그쳤지만 지난해 24.5%로 두 배 이상 늘더니 올해는 29.5%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비율은 54.5%, 수시비율은 29.5%로 각각 집계됐다.
실제로도 상반기 대졸신입 공채를 모집한 대기업은 10대 그룹 기준 삼성 및 롯데, SK, 포스코, CJ 등 절반에 불과했다.
반대로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올해 KT, LG까지 대졸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대규모 인원선발의 창구였던 공채계획 축소는 곧 채용규모 감소로도 직결된다"라며 "하반기 공채를 뽑겠단 기업들도 모집인원은 전과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과 공동으로 실시, 조사기간은 2020년 7월 9일부터 8월 4일까지 총 27일간이다. 상장사 1051곳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그 가운데 총 530곳이 조사에 응했다. 참여기업은 대기업 155곳, 중견기업 145곳, 중소기업 230곳 등이다.
▶업종별 채용전망 희비 엇갈려…금융·보험업과 여행·항공업 격차 50.8%p
이와함께 하반기 업종별 대졸신입 일자리 기상전망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쇼크로 여행·항공업에서는 역대 가장 낮은 채용계획을 세운 반면 금융보험 및 정보통신 등 비대면 서비스 확장에 따른 일부 업종들에서는 신규 인력선발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크루트가 상장사 530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2020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업종별 채용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졸 신입 사원을 1명이라도 뽑겠다'고 밝힌 곳은 57.2%로 지난해 66.8%에 비해 9.6%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도 전년 대비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각 분야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조사업종 15개 가운데 ▲금융·보험(64.1%) ▲전자·반도체(63.3%) ▲정보·통신(61.1%) ▲의료·간호(60.0%) ▲운수·운송(59.2%) 총 5개 업종에서만 평균을 웃도는 채용계획을 세운 것으로 집계됐다.
각 업종별 채용계획 배경에 대해 분석해보면, 먼저 금융·보험업은 온라인 뱅킹 및 핀테크 산업 성장에 따른 신규인력 선발기회가 있는 분야이며, 전자·반도체 및 정보·통신의 경우 언택트에 따른 IT산업 활약으로 역시 새 일자리가 늘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의료·간호·보건·의약의 경우에는 방역과 백신개발, 운수·육상은 비대면서비스 확장에 따라 각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공통점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사업호재와 수혜를 맞은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하반기 악화일로 속 채용전망 속에서도 이들 업종에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해 볼만하다는게 취업업계의 분석이다.
반대로, 하반기 여행·숙박·항공의 경우 13.3%로 가장 낮은 채용계획을 세웠다. 전년대비 무려 62.3%포인트 줄인 것이다.
이밖에 자동차·부품(30.0%), 문화·미디어(33.8%), 전기·가스(38.3%) 등의 업종도 30%대라는 저조한 채용계획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최다 채용계획을 세운 금융·보험업과 반대로 최저인 여행·항공업간 차이는 50.8%포인트 격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업종별 신입채용 계획 역시 코로나19 쇼크에 비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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