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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그 순간, 박 감독은 특정 선수를 지목해서 전술 지시를 내리느라 여념이 없다. 열 손가락을 다 써가며 다음 계획을 전달하기 바쁘다. 마치 0-1 스코어로 끌려가는 팀의 감독같이 내내 진지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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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대구전에서 K리그 한 경기 최다골 타이기록(6대4, 10골)을 세우고, 울산전에선 수적 열세를 딛고 1대1 무승부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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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강등권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될 법 한데, 수화기 너머 박 감독은 "아직은 웃을 때가 아니다"라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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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을 잘 아는 주변 축구인은 박 감독이 '축구밖에 모르는 지도자'라고 한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코치를 거쳐 2018년 2부팀이던 광주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세리머니에 쓸 에너지를 훈련장에서 쏟는다. 직접 훈련장을 누비며 수비 조직력과 역습을 다듬는다.
박 감독은 "현재 광주의 경기력은 프리시즌에 준비한 것의 90% 수준까지 올라섰다. 여유만 부족하지, 조직적인 부분은 많이 좋아졌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 '광주는 역습이 강해서 마음놓고 공격을 못 하겠다'고 평가할 때 스스로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8월 이후 포항(1대1), 강원(2대2), 서울(0대0), 대구(6대4), 울산(1대1) 등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위인 팀들이 광주의 '매운맛'을 봤다. 경기력만 놓고 볼 때, 포항, 강원, 서울전도 광주가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었던 경기들이었다. 12일 광주 원정을 떠나는 전북 현대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즌 전 인터뷰에서 "강팀의 기피대상이 되고 싶다고 했다"고 했던 박 감독은 "그게 광주의 역할 아닌가 싶다. 강팀에 쉽게 당하지 않는 게 목표"라며 "전북전에는 윌리안이 퇴장 징계로 못 뛴다. 전북이 최근 상황이 좋지 않아 우릴 잡으려고 벼르고 나올 것이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전용구장 데뷔승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울산전을 통해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남은 정규리그 3경기(전북 상주 성남)에서 승점 4점을 따내겠다는 '겸손한 목표'를 세웠지만, "시즌을 잘 마무리한 뒤 웃겠다"는 말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