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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감독님, 6골 넣고..울산 묶었으면 웃으셔도 됩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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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당장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1 '최소 세리머니상' '포커페이스상'을 제정한다면, 광주FC 박진섭 감독(43)이 두 종목에서 초대 수상자가 될 확률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

현장과 TV 중계화면으로 지켜본 바, 박 감독이 광주 득점 상황에서 포효하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거나,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그 순간, 박 감독은 특정 선수를 지목해서 전술 지시를 내리느라 여념이 없다. 열 손가락을 다 써가며 다음 계획을 전달하기 바쁘다. 마치 0-1 스코어로 끌려가는 팀의 감독같이 내내 진지한 표정이다.

지난 8월 30일 대구FC를 상대로 6골을 터뜨린 순간순간, 지난 6일 리그 선두 울산 현대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순간에도 다르지 않았다.

광주는 대구전에서 K리그 한 경기 최다골 타이기록(6대4, 10골)을 세우고, 울산전에선 수적 열세를 딛고 1대1 무승부를 따냈다.

6경기 연속 무패를 바탕으로 7위까지 올라섰다. 6위 강원, 8위 성남, 9위 서울과 승점 21점 동률.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 스플릿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위치다.

자연스레 강등권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될 법 한데, 수화기 너머 박 감독은 "아직은 웃을 때가 아니다"라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울산전 하루 뒤인 7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올라오고 있어 위기감을 느낀다. 상위 스플릿도 좋지만, 지금은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하기 전 어떻게든 승점을 벌어놓을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이 궁금해하는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묻자 "솔직히 기뻐할 새가 없다. 그 시간에 작전 지시를 해야 한다. 보통은 팀의 중심을 잡는 여 름 홍준호 박정수에게 작전 변화를 지시하거나 멘털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아예 안 웃는 건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 팀이 모여있을 때 웃는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선수 시절부터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돌변했다. 지난 시즌에는 격하게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한 적이 있다.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흥분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올 시즌은 더욱 자중하는 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을 잘 아는 주변 축구인은 박 감독이 '축구밖에 모르는 지도자'라고 한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코치를 거쳐 2018년 2부팀이던 광주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세리머니에 쓸 에너지를 훈련장에서 쏟는다. 직접 훈련장을 누비며 수비 조직력과 역습을 다듬는다.

박 감독은 "현재 광주의 경기력은 프리시즌에 준비한 것의 90% 수준까지 올라섰다. 여유만 부족하지, 조직적인 부분은 많이 좋아졌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 '광주는 역습이 강해서 마음놓고 공격을 못 하겠다'고 평가할 때 스스로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8월 이후 포항(1대1), 강원(2대2), 서울(0대0), 대구(6대4), 울산(1대1) 등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위인 팀들이 광주의 '매운맛'을 봤다. 경기력만 놓고 볼 때, 포항, 강원, 서울전도 광주가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었던 경기들이었다. 12일 광주 원정을 떠나는 전북 현대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즌 전 인터뷰에서 "강팀의 기피대상이 되고 싶다고 했다"고 했던 박 감독은 "그게 광주의 역할 아닌가 싶다. 강팀에 쉽게 당하지 않는 게 목표"라며 "전북전에는 윌리안이 퇴장 징계로 못 뛴다. 전북이 최근 상황이 좋지 않아 우릴 잡으려고 벼르고 나올 것이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전용구장 데뷔승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울산전을 통해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남은 정규리그 3경기(전북 상주 성남)에서 승점 4점을 따내겠다는 '겸손한 목표'를 세웠지만, "시즌을 잘 마무리한 뒤 웃겠다"는 말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