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제야 실감이 나네요."
21일 오후, 수화기 너머 광주FC 박진섭 감독(43)의 목소리에서 안도감이 느껴졌다. 하루전(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2라운드를 마치고 한 방송 인터뷰 때와는 사뭇 달랐다. 광주가 이날 2대0으로 승리한 뒤 앞선 순위에 있던 강원FC와 FC서울이 나란히 승리하지 못해 극적으로 6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직후에 인터뷰에 나선 박 감독은 "우리가 6강에 올라간 것 같은데, 아직 결정된 걸 못 들었다. (선수들이)조금 흥분된 상태인 것 같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 감독은 '파이널A 진출의 원동력'을 묻는 말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에 임한 게…"라고 말하는 순간 울컥했다. 선수들이 흘린 땀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눈물이 날 것 같은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그렇다"고 답했다.
대구FC를 상대로 6골을 넣어도 포커페이스를 풀지 않던 박 감독이 울컥할 정도로 파이널A 진출이 주는 감동은 컸다. 지난해 K리그2 우승으로 3년만에 승격한 광주는 올 시즌 강등 1순위로 지목됐다. K리그1 구단을 통틀어 가장 적은 예산, 그러니까 선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없는 상태에서 작년 멤버 그대로 싸워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 전술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윙어 엄원상과 윌리안이 개막 직전 부상을 하면서 초반 3경기에 결장했고, 그 3경기에서 내리 3연패했다. 그러자 "K리그1에서 비빌 팀이 아니다", "박진섭도 초보감독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광주는 두 선수의 복귀와 실수를 반복하던 수비진들이 안정을 되찾자 '강팀들도 껄끄러워하는 광주'로 변했다. 8월 이후 9경기에서 단 1패(상주 상무전)만을 기록하며 '야금야금' 승점을 쌓더니 결국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광주가 A그룹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애초 목표는 6강이 아닌 잔류였다. 성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인천과의 승점차를 벌리기 위해서라도 승리하자'고 말했다. A그룹 진입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날을 통해 파이널A에 오르면서 이제는 잔류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시즌 초반 힘들었다. 주요 선수들이 부상을 했고, 많은 선수들이 K리그1에 적응하지 못했다.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다 보니 분위기를 바꾸는 게 힘들었다"며 "인천전(8월 1일)에서 승리한 뒤 포항, 울산, 전북과 같은 강호들과 맞대결에서 대등하게 경기를 하는 걸 보고서 선수들이 자신감이 생겼다는 걸 느꼈다. 나만의 비법은 없다. 선수들이 지난 3년간 잘 따라줬다. 원팀이 된 게 원동력이라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상주를 제외한 그 어느 팀에게도 2연패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기 2대4 패배를 안긴 대구에 6대4 대승으로 복수했고, 선두 울산을 상대로는 2경기에서 모두 비겼다.
박 감독은 "올 시즌 울산, 전북, 포항, 대구 등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다른 팀들은 우리를 승점자판기로 여길 것이고, 객관전 전력에서도 우리가 처지지만,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고춧가루를 계속 뿌려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노리는 팀들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어 "파이널A 그룹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머지 5경기에서도 우리 플레이를 펼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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