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8회말 2-2.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 맞대결을 펼쳤다. KT 소형준, 두산 크리스 플렉센이 선발 등판한 이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렀다. 7회까지 양팀 모두 득점에 실패하며 0-0 동점 균형이 이어졌다. 그리고 8회초 두산이 마침내 선취점을 뽑았다. 주자가 모인 상황에서 터진 김재환과 허경민의 연속 적시타로 2-0 리드를 잡았다. 두산은 이길 수 있는 요건을 만들었다.
두산 플렉센은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배정대와의 승부에서 볼넷을 내주며 계산이 꼬였다. 대타 김민혁을 삼진 처리하며 1아웃을 잡았지만, 황재균에게 맞은 타구가 좌익수 김재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떨어지는 불운한 2루타가 되고 말았다. 최대 단타로 막을 수 있었던 타구가 장타로 둔갑했다. 플렉센은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투구수 108개.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두산 벤치는 플렉센을 내리고 곧바로 마무리 이영하를 투입했다.
첫 타자 강백호를 내야 플라이로 처리한 이영하는 KT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상대했다. 그때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어떤 내용을 전달한 후 내려갔다. 이영하는 로하스에게 초구 볼, 2구 볼을 기록한 후 자동 고의4구를 택했다. 어렵게 승부해보고 로하스를 내보내며 1루를 채우기로 결정한 셈이다. 로하스를 거르고 택한 타자는 유한준. 1사 만루에서 유한준과 승부한 이영하는 순식간에 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그리고 3구째 던진 변화구가 예상보다 덜 꺾이면서 한가운데 치기 쉬운 코스로 들어갔다. 강속구도, 칼제구 된 변화구도 아닌 애매한 공은 유한준의 컨택트에 제대로 걸렸다. 결과는 중전 적시타. 두산은 순식간에 2-2 동점을 허용했다. 다행히 추가 실점 없이 8회를 마쳤고, 이후 두산은 9회초 다시 역전하면서 3대2로 최종 승리했지만 간담이 서늘한 순간이었다. 좀 더 쉽게 갈 수 있었던 경기가 8회말 동점 허용으로 '스릴러물'이 됐다.
김태형 감독이 8회말 수비를 마친 후 포수 박세혁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도 포착됐다. 동점을 내준 직후 감독이 포수를 불러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김태형 감독은 "깊은 대화는 아니었다"고 웃으면서도 "베테랑 타자들이 카운트에 몰렸을 때는 실투 변화구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영하의 직구가 그 전에 워낙 좋게 들어왔는데, 3구째에 직구를 유인구로 썼으면 어땠겠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투수를 리드해야 하는 포수 박세혁에게 유인구 선택에 대한 아쉬움을 되짚은 것이다.
다행히 팀이 이기면서 이영하도, 박세혁도 부담을 한결 덜어놓을 수 있게 됐다. 1구, 1구에 모든 신경이 쏠리는 살얼음판 포스트시즌. 사령탑의 오감이 어느때보다 활짝 열려있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력이 돋보인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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