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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인]'첫 가을야구' 강백호의 침묵, 김재환 '상황 배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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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0일 고척 스카이돔.

프리배팅에서 강백호의 스윙은 호쾌했다.

몸풀기 순서를 마친 영스타의 타구가 연신 시원시원하게 오른쪽 담장 너머 관중석을 때렸다. 고척구장 외야의 철제 구조물을 때릴 만큼 큼직한 타구도 나왔다.

1차전 무안타 부진을 씻어내리란 기대를 모았다.

첫 경기에서 현재 리그 최고 구위의 플렉센을 상대했던 터. 2차전에서 만날 두산 투수들은 체감상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밖에 없었다. 2번에서 출발했던 타순도 4번으로 조정 배치됐다. 벤치의 기대감이 반영된 조치.

하지만 실전 경기가 시작되자 강백호 다운 타구는 나오지 않았다.

연습 배팅 처럼 스윙은 호쾌했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궤적에 걸리지 않았다.

두번째 타석에서 기록한 시리즈 유일한 안타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풀스윙이 아닌 기술적으로 툭 밀어쳐 만든 좌전 안타였다. 2경기 8타수1안타 2삼진.

결과 없는 홈런 스윙. 슬금슬금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강백호는 2차전 후반 서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강백호의 침묵이 이어질 경우 자칫 KT는 창단 첫 가을야구에서 광속 탈락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점점 더 무거워지는 책임감. 심리적으로도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반전의 해법은 없을까.

상대팀 두산 4번 김재환의 변신을 참고할 만 하다.

김재환은 LG와의 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7타수1안타 2볼넷, 4삼진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KT와의 플레이오프 들어서 180도 달라졌다. 2경기서 9타수5안타(0.556) 4타점. 분수령이었던 2차전에서는 3안타로 3타점을 쓸어담으며 데일리 MVP로 뽑혔다.

변화가 있었다.

간결한 스윙으로의 전환이었다. 김재환은 호쾌한 어퍼 스윙으로 담장을 넘기는 전형적 슬러거.

하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살짝 달라졌다.

상황에 따라 스윙에 변화를 주고 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스윙 크기를 줄여 짧고 간결하게 배트 중심에 맞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과가 좋다.

1차전 0-0이던 8회 2사 1,3루에서 김재환은 2B2S에서 김재윤의 131㎞ 떨어지는 포크볼에 타이밍을 늦춘 자세로 우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천금 같았던 선제 타점.

2차전도 마찬가지. 2-1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5회 무사 만루에서 김재환은 1B2S에서 유원상의 135㎞ 슬라이더를 간결한 스윙으로 당겨 중견수 앞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달아나는 천금 같은 적시타.

두 장면 모두 불리한 카운트에서 컨택트 위주의 짧고 정확한 스윙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렇다고 매 순간 짧은 스윙만 하는건 아니다. 볼 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평소 시원시원한 스윙을 가져간다.

실제 2차전 1-0으로 앞선 3회 2사 1,3루에서는 3B0S에서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데스파이네의 패스트볼을 주저 없이 벼락 같은 스윙으로 당겨 우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팀의 중심타자. 상대 투수가 움찔할 만큼 위협적 홈런 스윙도 필요하다.

다만, 볼카운트가 몰린 클러치 상황에서의 대응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 최고의 집중력으로 임하는 포스트시즌에서 KT 간판타자 강백호에게 치기 쉬운 공을 던질 투수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상황 배팅'으로 플레이오프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는 두산 김재환. 강백호의 반전해법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른다. 때론 적에게서 배워야 할 때도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