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30)이 2+2 계약의 첫해를 마무리했다. 2020시즌 기록은 124경기 출전 타율 0.286(412타수 118안타), 8홈런 54타점, 출루율 0.351, 장타율 0.413이다.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1.54. 올 시즌 7위를 기록한 롯데보다 순위가 높은 6팀의 주전 2루수 중 안치홍보다 WAR이 낮은 선수는 LG 트윈스 정주현(-0.29) 뿐이다.
올 시즌 안치홍은 롯데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안타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장타력까지 갖춘 재능, 풍부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 시즌 동안 얻은 결과물은 애매하다. 2할대 후반 타율에도 OPS(출루율+장타율)는 8할에 미치지 못했다. 득점권 타율 역시 0.288로 탁월했다고 보긴 어렵다. 롯데가 승부처로 꼽았던 8월 한 달간 타율이 0.219로 최악이었던 점도 아쉽다. 수비에선 14개의 실책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시즌 후반 치고 올라온 오윤석에게 자리를 내준 채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2+2년 최대 56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롯데와 안치홍의 계약 조건은 특이했다. 2년 총액 최대 26억원(계약금 14억2000만원+연봉 2억9000만원+옵션 5억원+바이아웃 1억원)를 보장하고, 2021시즌 종료 후 구단과 선수가 상호 계약 연장에 동의하면 2년 최대 31억원 계약이 발동되는 조건이었다. 대신 구단과 선수 어느 한쪽에서 계약 연장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전하면 2021년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고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조건이었다. 즉, 내년 시즌 결과에 따라 롯데와 안치홍의 동행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는 것이다.
새 시즌 안치홍의 상황은 올 초와 많이 달라질 전망. 무주공산처럼 여겨졌던 2루수 자리엔 오윤석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63경기 타율 0.298(168타수 50안타), 4홈런 32타점, OPS 0.811였던 오윤석은 2군에서 기량을 검증받은 뒤 콜업된 1군에서 후반기에 재능을 꽃피우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에서도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안치홍이 올 시즌의 모습을 답습한다면 오윤석과의 주전 경쟁은 불가피하다.
롯데는 내년 시즌을 마친 뒤 안치홍뿐만 아니라 민병헌 손아섭과의 4년 FA 계약도 마무리된다. 팀 내 연봉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들과의 재계약 문제가 걸린 상황에서 안치홍의 애매한 입지는 계약 연장 여부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안치홍 역시 이런 시선을 잘 아는 눈치. 전반기 이후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시점부터 가장 먼저 출근해 타격 훈련을 펼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의 이런 자세와 더그아웃에서 동료, 후배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매긴 바 있다. 새 시즌 반등을 노리는 안치홍의 의지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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