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미드필더' 윤빛가람(30)을 말할 때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골이 있다. 2011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 '난적'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 전반 16분 쏘아올린 결승골이다. 이청용의 패스를 이어받은 윤빛가람이 측면에서 안쪽으로 거침없이 파고들며 패기만만하게 쏘아올린 대포알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고, 한국은 결국 1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의 이란전 마지막 승리의 기록이다. .
20대 초반의 전도양양한 에이스였던 윤빛가람과 이청용은 30대가 된 2020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카타르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올 시즌 마지막 대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도전이다. 울산은 올해도 간절하게 리그 우승, FA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전북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들이켰다.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ACL F조 상하이 선화와의 첫 맞대결, 전반부터 윤빛가람의 몸놀림은 날카로웠다. 공식 포메이션에선 4-2-3-1 포메이션의 더블 볼란치였지만 윤빛가람은 2선으로 거침없이 쇄도하며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이상헌을 향해 연거푸 찔러넣은 킬패스 역시 예리했다. 전반 19분 윤빛가람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윤빛가람의 슈팅이 튕겨나온 직후 주니오가 문전으로 적극 쇄도했다. 굴절돼 흘러나온 세컨드볼을 윤빛가람이 이어받아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41분 주니오, 이상헌, 윤빛가람으로 이어지는 3자 패스는 올 시즌 울산 축구의 백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주니오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상헌이 밀어준 패스를 윤빛가람이 해결했다. 아주 알맞게 감아찬 슈팅이 보란 듯이 골문으로 빨려들었다. 감각적인 슈팅은 9년 전, 이란전 때와 같았다. 윤빛가람이 멀티골로 울산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짝 끌어올렸다. 김도훈 감독이 엄지를 치켜올렸다.
윤빛가람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러 모로 힘든 상황 속에서 승리를 가져와서 기분 좋다. 우리가 상대팀보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가 준비한 것이 잘 구현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2년 성남 일화 시절 이후 무려 8년만의 ACL 무대에서 윤빛가람은 짜릿한 멀티골로 오롯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윤빛가람은 "AFC 대회를 오랜만에 뛴다. 오랜만에 뛰는 만큼 간절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뛴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답했다.
2011년 이란전 골을 언급하자 윤빛가람은 "2011년 아시안컵 때 대표팀의 일원으로 좋은 골을 넣고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회상한 후 이내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경기에 잘 임해줬다.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며 팀 플레이어다운 면모를 보였다. .
30줄에 접어든 베테랑 패스마스터 윤빛가람은 시즌 마지막 대회 ACL 우승의 간절함도 감추지 않았다. "올해는 특히 아쉬움이 더 많았다. 그래서 이번 ACL에선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런 대회를 뛰어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좋은 추억을 더 남기고 싶다"고 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AFC 홈페이지는 이날 울산의 승리 직후 홈페이지에 '울산 현대가 ACL에서 클래스를 보여줬다'는 타이틀을 달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울산 현대 윤빛가람, 상하이 선화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여러 모로 힘든 상황 속에서 승리를 가져와서 기분 좋다. 우리가 상대팀보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가 준비한 것이 잘 구현됐고,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아쉬운 부분을 잘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나서겠다.
-ACL 대회에 대한 그리움이나 의미는?
▶AFC 대회를 오랜만에 뛴다. 오랜만에 뛰는 만큼 간절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뛴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2011년에 카타르 아시안컵 이란전에서 멋진 골을 기록했고, 오늘도 2골을 기록했다. 카타르가 좋은 기운을 가진 곳이라 느껴지는지?
▶2011년 아시안컵 때 대표팀의 일원으로 좋은 골을 넣고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나 혼자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경기에 잘 임해줘서 동료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어느덧 30대가 되었는데, 트로피를 향한 욕심이 동기부여가 되는지?
▶올해는 특히 아쉬움이 더 많았다. 그래서 이번 ACL에선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고, 앞으로 또 언제 이런 대회를 뛰어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좋은 추억을 더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