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옛말에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했다. '흥부자' 밑에 '흥부자'가 났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얘기다.
삼성화재는 25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2020~2021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3으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다행히 승점 1을 확보한 삼성화재는 시즌 2승(8패)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순위는 4위에 랭크됐다.
이날 삼성화재는 1세트에 서브 리시브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14점밖에 생산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다른 팀이 됐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흥'을 제대로 냈다. 리베로 박지훈과 레프트 황경민이 리시브를 잘 버텨줬고, 외국인 공격수 바르텍과 신장호의 공격력이 폭발했다. 높이도 장악했다. 무엇보다 100% 컨디션이 아닌 '말리 폭격기' 노우모리 케이타(KB손해보험)의 공격을 차단했다.
젊은 선수들로 재편된 삼성화재 선수들의 '흥'은 마치 현역 시절 '흥부자'로 유명했던 고희진 감독을 연상케 했다. "고희진이 미치면 삼성화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고 감독은 흥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일궜던 신치용 전 감독도 고 감독이 당시 김상우 신선호보다 기량이 떨어지지만, 코트 안에서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안정시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고 감독을 줄곧 주전 센터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화재 선수들이 발산하는 '흥'은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인해 무관중으로 전환된 텅 빈 경기에서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화재는 2% 부족으로 승리를 턱 밑에서 놓쳤지만, '고희진표 신바람 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천군만마'를 통해 단점을 순식간에 지웠다. 지난 24일 현대캐피탈에서 자유 신분으로 풀린 리베로 구자혁을 영입해 테스트를 거쳐 25일 KB손보전부터 투입해 효과를 봤다. 차세대 리베로로 평가받던 구자혁은 군제대 선수들에 밀려 정원(18명)에 포함되지 못해 방출된 뒤 올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세터 이승원에게 연락해 삼성화재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고 감독도 구자혁 영입만 생각하면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 스스로 먼저 연락을 해줘서 너무 고맙더라. 팀이 수비적인 면에서 어려울 때 하늘에서 뭔가 떨어진 보물 같았다"며 "구자혁은 분명 팀 리빌딩의 밑거름이 될 선수다. 2~3년 뒤 삼성화재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선수"라며 엄지를 세웠다.
구자혁은 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KB손보전에서 7개의 디그 중 3개를 성공시켰고, 1개는 잘한 디그로 인정받았다. 구자혁 효과는 신장호와 황경민에게 연결됐다. 수비 부담이 줄어든 레프트들의 수비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또 '착한' 바르텍의 기복을 줄인 모습도 고무적이었다. 고 감독은 "바르텍이 훈련과 생활적인 부분에서 성실하고 잘하는데 감독은 경기에서 잘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바르텍이 기복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르텍은 KB손보전에서 31득점, 공격성공률 57.68%, 공격점유율 47.27%를 기록했다. 바르텍이 클러치 상황에서 이단연결을 1~2차례 성공시킨다면 고 감독의 걱정거리에 포함되지 않을 듯하다. 의정부=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