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외국 감독 맞이한 부산아이파크 '웃픈 코로나 수송작전'

by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외국인 감독 모시기 보통 일이 아니네."

부산 아이파크 구단 사무국은 최근 철통같은 '수송작전'을 펼치느라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새로 선임한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44)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포르투갈 출신의 페레즈 감독은 지난 28일 오후 코치 1명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보통 때면 환승편으로 갈아타고 부산 김해공항으로 입성하는 게 정상적인 루트.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유럽에서 입국한 자는 공항에서 발열검사 등을 거친 뒤 지정된 시설로 격리 수송돼 2주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정부 지정 격리시설로 이동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자가격리를 할 경우 보다 철저한 방역지침에 따라 이동한 뒤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안전 공간에서 머물겠다는 보장책이 있어야 한다.

부산 구단은 후자를 택했다.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 페레즈 감독 일행을 다른 외부 시설에 머물게 하는 것보다 부산으로 데려와 관리해주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 특히 페레즈 감독은 아직 한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 음식 입맛에 맞게 갖가지 식재료를 준비해야 했다. 이들 식재료를 원활하게 공급하려면 구단 근처에서 지내도록하는 게 낫다.

결국 구단은 긴급 수송작전을 마련했다. 선수단 버스가 긴급 수송차량으로 변신했다. 인천공항으로 픽업하러 떠나기 전 구단은 방역당국의 협조를 얻어 버스 안팎을 코로나 바이러스 청정공간으로 만들었다.

버스 운전기사 혼자 달랑 찾아가서 감독 일행을 모셔오기에는 적적할 것 같아 전력강화팀장이 동행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페레즈 감독은 구단에서 방역 처리된 버스를 대기시켜 놓은 것에 깜짝 놀라며 "감동받았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인천에서 부산으로 논스톱 이동하는 동안 팀장은 말벗이 돼 주었고, 장시간 버스 여행에서 초면의 서먹서먹함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페레즈 감독은 부산에 도착한 뒤 자가격리 시설로 옮겨졌다. 격리시설은 클럽하우스와 가까운 한 아파트로, 조덕제 전 감독이 사용하던 숙소였다. 페레즈 감독 일행 2명이 사용하기에는 넉넉한 공간이다. 다만 2주일 동안 두문불출한 채 둘이 알아서 식사를 만들어 먹어야 한다. 사실 한국음식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에게 식재료를 엄선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매일 아파트 문 앞에 배송하는 것도 또다른 일거리지만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이상 기꺼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구단 관계자는 "앞으로 몇년간 동고동락 해야 할 외국 감독인데 잘 챙겨줘야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주일간 몸 관리도 하라고 몇가지 운동기구를 넣어 준 구단은 무료하게 시간을 허송하느니 팀 특성을 파악하는데 도움되라고 경기 영상 등 분석 자료도 잔뜩 보내줬단다. 2주일간 '팀' 부산에 대해 '열공'을 하고 현업 복귀했을 때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 기대감도 커졌다.

한데, 한 고비 넘겼나 싶었는데 이런 소동을 또 치러야 한다. 페레즈 감독과 함께 입단키로 했던 나머지 코치 1명이 비자 발급 문제로 추후 입국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감독 모시기 보통 일이 아니네"라는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유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