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정체된 배우 차인표를 그린 영화 '차인표', 5년전엔 거절했지만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가 됐죠."
배우 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코미디 영화 '차인표'(김동규 감독, ㈜어바웃필름 제작)로 관객을 만난다. 오는 1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차인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90년대부터 고착화 됐던 자신의 이미지와 배우로서의 현재의 상황이나 위치까지 변주한다.
완벽한 자기관리로 전성기 때의 멋진 겉모습은 유지하고 있지만 인기와 필모그래피는 유지하지 못하는 극중 차인표의 모습은 실제의 차인표의 모습과도 연결돼 더욱 눈길을 끈다. 발가벗겨진 채 무너진 건물에 매몰된 차인표가 구조보다 자신의 젠틀한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것을 더욱 겁내는 모습은 배우로서의 웃픈 현실까지 대변한다.
가상인물도 아닌 스스로의 이미지를 희화화하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는 차인표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도전인 터. 28일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스스로 "나라는 프리즘에 갇혀 정체 돼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던 차인표는 제목과 내용이 주는 부담감으로 인해 한 차례 출연을 고사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5년전에 이 영화 제안을 처음 받았는데 당시에는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을 전혀 몰랐었다. 모르는 분들이 제 이름으로 된 영화를 써서 건네니까 이 사람들이 뭔가 의심이 되더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안티인걸까 고민이 많았다. 또한 5년전에는 기획이 신박하고 제안도 기뻤지만, 영화 속의 차인표가 정체가 극심하게 되어 있는 상태라서 현실 부정을 하게 되더라. '난 안 그런데 왜 내 이름으로 출연을 하냐'라는 마음이 들어거 거절을 하게 됐다"라며 "그러다가 5년이 흐르고 제 현실이 정말 그 영화처럼 되더라. 극심하게 정체가 됐다. 정체기가 오면서 이 저주를 영화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인표라는 매트릭스를 깨기 위해선 이 안에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5년동안 정체가 되어 있었는데 제작사 대표님은 '극한직업'으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희화화에 대한 직접적인 소감을 묻자 "지금까지 연출자들이 나를 캐스팅할 때, 왜 나를 캐스팅하는 건지 이유를 물어보면 늘 '차인표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당시엔 대중이 부여한 이미지를 굳이 왜 깨려고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 스스로 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단 열망이 있었다. 이왕 이미지 깨뜨릴 것이라면, '차인표'만한 영화가 없을 것 같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극중 예고편에서 연기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이병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차인표. 대사에 대한 진짜 본인의 생각을 묻자 차인표는 "전적으로 대본을 쓴 김동규 감독님의 생각이다. 감히 그분들과 저를 비교하지 않는다. 그 분들은 저보다 뛰어난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이상 시대가 4대천왕 이런걸 구분 짓는 시대가 아니고 각자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넋 놓고 부러워하진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차인표의 출연 거절을 당했을 5년전부터 지금까지 이 영화를 놓치 않고 기다렸던 김동규 감독.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이미지에 대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이미지와 관련된 대표적인 직업군이 배우 아닌가. 배우라는 직업이 자기가 직접 이미지를 만들던 아니면 외부로부터 타인으로부터 구축이 되던 간에 한번 구축된 이미지에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는 그 굴레에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이 영화는 차인표로 시작해서 차인표로 끝나는 영화였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차인표가 아닐 이유가 없었다. 허구의 인물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실제 인물이 출연한다면 훨씬 관객의 이해가 높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한편, '차인표'는 '극한직업' '해치지 않아' 등은 제작했던 어바웃필름의 신작으로 김동규 감독의 입봉작이다. 차인표, 조달환, 조상구, 박영규, 신신애, 신애라 등이 출연한다. 2021년 1월 1일 넷플릭스 공개.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