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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분류인력 추가 투입' 놓고 과로사대책위와 갈등 격화…강신호 신임대표 취임초기부터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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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과로사대책위)가 '분류인력 추가 투입' 이슈와 관련해 좀처럼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소속 택배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내놨다. 매년 500억원을 들여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과로사대책위는 여전히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역시 입장문을 내고 "과로사대책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는 등 갈등은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택배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면서 사태 봉합에 나섰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이런 상황은 지난달 CJ대한통운 신임대표에 임명된 강신호 대표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박근희 부회장과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강 대표가 과연 잡음을 끊어내고 CJ대한통운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대한통운, 분류인력 투입 비용 택배기사에게 전가" 주장 또 제기

지난 6일 과로사대책위는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택배사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를 통해 과로사대책위는 "CJ대한통운의 경우 일산동구·여수·강북·강서·노원·동대문·양천·세종 등에서 각 터미널마다 몇 명을 투입했다는 구체적인 내용 없이, 분류작업 인원만 발표했다"며 "이는 이미 예전부터 기사들이 비용을 부담해 투입한 인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과로사대책위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12월 29일 2259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700여명은 10월 종합대책 이전부터 투입해왔다"라며 "심지어 이들의 비용 역시 택배기사들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마치 자신들이 돈을 들여 새롭게 인력을 채용해서 분류인력을 투입한 것처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 명절까지 다가오면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자명한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은 재벌 택배사의 합의 파기 등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택배노동자의 현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CJ대한통운 측은 과로사대책위의 주장은 '억지'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과로사대책위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CJ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 "택배 종사자 보호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회사의 의지와 노력을 폄훼하는 과로사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로사대책위가 말하고 있는 15개 서브터미널에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228명의 분류인력이 일하고 있고, 이 중 102명은 10월 종합대책 발표 이후 투입됐다"며 "현재까지 투입된 총 분류인력은 2370명으로, 이들 가운데 종합대책 발표 이전 인력은 759명에 불과했다. 또한 11월 이후 지급된 비용은 회사와 집배점 협의에 따라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은 "과로사대책위가 자신들의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정상적인 종사자 보호대책 이행에 대해서도 악의적으로 낙인을 찍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는 택배기사 및 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진행 경과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로사대책위와 갈등 장기전으로 가나…'무거운 짐' 떠안은 강신호 CJ대한통운 신임대표

이와 같은 CJ대한통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과로사대책위는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로사대책위 관계자는 "분류인력 투입과 관련해 아직까지도 현직 택배기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정산 내역과 함께 정확히 어느 터미널에 몇 명이 투입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터미널 별로 투입 인원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전체인원 및 지역별 인원에 대해선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며 정산 문제에 대해선 "자사에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 접수된 곳들은 모두 지난해 12월 말에 지급을 다 완료한 상태다. 접수가 되지 않아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다면 바로 정산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측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CJ대한통운과 과로사대책위 간 갈등은 장기전으로 접어들 태세다.

지난해 10월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는 택배노동자들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연이은 택배기사님들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 비용 일부를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과로사대책위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고,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향후 양측의 주장에 있어 무게가 어느 쪽에 실릴지와 무관하게, 업계에선 CJ대한통운과 과로사대책위와의 계속되는 마찰이 강 대표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이슈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강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취임 초기 대형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자사와 과로사대책위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면서 "투입하기로 약속한 4000명의 분류인력은 3월 말까지 꼭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