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오 마이 갓!" 한화 로사도 투수코치가 8일 윤대경의 슬라이더를 보고 연신 토해낸 감탄사다. 로사도 코치는 윤대경의 불펜투구를 태블릿 PC를 통해 분석하며 특훈을 실시했다.
로사도 코치와 윤대경은 키킬 동작 부터 실밥 쥐는 법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윤대경은 이날 볼끝이 살아 움직이는 19개의 슬라이더를 선보이여 코치진의 기대감을 높였다.
로사도 코치는 윤대경을 향해 '너에게 새로운 장난감(New Toy)이 생겼다. 이 슬라이더 결정구에 무너지지 않을 타자가 없을 것이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윤대경은 올 시즌 '수호신'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한화 필승조의 일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베테랑 정우람의 뒤를 이을 마무리 투수로 손꼽히는 윤대경의 프로생활을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 7라운드 65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윤대경은 이듬해 투수로 전향했지만 1군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2017년, 군 입대를 선택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돌아온 것은 '방출 통보' 였다. 전역 후 그는 일본 독립리그 소속 알비렉스 니이가타 베이스볼에서 뛰다 이상군 한화 스카우트 총괄의 눈에 띄어 다시 KBO리그에 입성했다.
윤대경은 2020년 6월 3일, 키움을 상대로 구원 등판하며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8월 11일, 마침내 '승리투수' 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키움전에서 5-5로 맞선 연장 10회말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2회초 한화가 2점을 뽑으며 7대5로 이겨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 입단 8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윤대경은 2020시즌 55경기에 출전해 5승 무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어느새 패배를 잊은 투수가 된 것이다.
윤대경의 연봉은 지난해 2800만원에서 올해 7700만원으로 무려 175% 상승했다. 그는 이에 대해 "기분이 좋았다"면서 "연봉 때문에 책임감이 더욱 생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구단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윤대경은 이제 '1년 반짝한 투수가 아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올해 못하면 1년 반짝한 선수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면서 "그런 말은 듣기 싫다.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다. 중요한 상황에 나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대경의 행보를 많은 '제2의 윤대경'이 지켜보고 있다. 그가 써가는 성공신화는 뒤늦게 보직을 변경한 선수들, 독립리그에서 재기를 꿈꾸는 선수들, 1군 무대를 염원하는 모든 퓨쳐스리그 선수들의 롤모델 이기 때문이다.
윤대경은 그들에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기회가 꼭 한 번은 온다고 생각한다. 힘든 시기를 잘 버텨서 자기한테 꼭 찾아오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