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달리고 또 달리겠다."
서울 이랜드 '중원의 살림꾼' 김선민(30)의 축구인생은 스토리가 있다. 그는 20세 이하(U-20) 대표팀 등을 거친 엘리트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일본으로 건너가 가이나레 돗토리(2부 리그)에 둥지를 틀었다.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가이나레에 입단한 뒤 부상에 시달렸다. 2013년에는 유럽 진출에 도전하다가 불발했다. 6개월간 무적 상태가 이어진 끝에 내셔널리그에서 뛰다 뒤늦게 프로 진출의 꿈을 이뤘다.
김선민은 "벌써 프로 10년 차다. 프로 생활을 되돌아보면 개인적으로 스스로 뿌듯하다. 늘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조금 더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쉬운 생각이 없다. 정말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다는 것을 프로 생활하면서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쉼 없이 달렸던 시간. 김선민은 2021년 새 도전에 나섰다. 정정용 감독의 손을 잡고 이랜드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선민은 그라운드 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이랜드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정 감독이 김선민의 플레이 스타일과 투지를 두고 "우리 팀의 은골로 캉테(첼시)"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을 정도. 이랜드는 '살림꾼' 김선민의 헌신 속 창단 첫 개막 2연승을 질주했다.
김선민은 "이제 두 경기 했을 뿐이다. 사실 걱정이 많다. 선수들이 들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냉정하게 준비해야 한다. 들뜨고 건방 떠는 순간(?) 순위는 떨어질 수 있다. 그 부분을 선수들과 자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모두 최고다. 경기 뒤 늘 미팅하며 분석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내게 경기에서 해야 할 부분을 강조하신다. 내게는 수비와 리더 역할을 요구하신다. 장윤호 등 어린 선수들과의 호흡도 내 역할이다.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게 희생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나'보다 '팀'을 더 많이 언급한 김선민. 그는 부주장으로서 그라운드 밖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김선민은 "주장인 (김)민균 형을 비롯해 선수들과 최대한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기본적으로 선배 또는 리더는 지갑을 많이 열어야 하는 것 같다(웃음). 동료들에게 항상 밥을 사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마음으로 다가가다보면 자연스레 신뢰가 형성되는 것 같다. 아, 사실 운동 끝나면 바로 퇴근해서 육아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아내가 저녁은 되도록 선수들과 함께 먹으며 소통하라고 배려해준다. 아내에게 고맙다"며 연신 웃었다.
이랜드는 14일 홈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하나원큐 K리그2 2021' 3라운드 대결을 펼친다. 김선민은 "우리 팀도 강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 과정에 내가 보탬이 되고 싶다. 내 목표는 박수 받고, 인정 받으며 은퇴하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달리고 또 달리겠다. 팬들께 '든든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아내와 두 딸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이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더욱 단단해진 김선민의 축구 이야기. 그의 경기는 다시 시작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