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투혼, 잠재력 깨우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은 올 시즌 '봄 농구'에서 최고의 핫 이슈이다. 국내외 프로스포츠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정규리그 4위팀이 거침없이 챔프전까지 올라 우승컵을 품에 안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11일 청주체육관서 열리는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KB스타즈를 꺾을 경우 3연승으로 지난 2006 여름리그 이후 무려 15년만에 시즌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
'업셋 드라마' 혹은 '언더독의 반란'이라고 불리지만, 이 순간을 위해 삼성생명은 정규리그부터 철저히 준비를 했다. 결코 운으로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생명이 얻은 최고의 소득은 베테랑과 신예들의 완벽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베테랑들이 초인적인 힘으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고, 이를 젊은 선수들이 그대로 흡수해 잠재력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프로스포츠 팀들이 꿈꾸는 신구 리빌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보미가 가장 앞서서 이를 이끌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우리은행을 꺾는데 1등 공신이었던 김보미는 35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챔프전에서도 펄펄 날고 있다. 9일 열린 2차전에서 김보미는 전광석화 같이 골밑으로 뛰어들어 KB스타즈 선수들이 거의 잡아낸 리바운드 볼을 툭 쳐내 공격 리바운드를 가져왔고, 이는 결국 점수로 연결되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점차 승리를 거둔 것을 감안하면, 김보미의 플레이가 얼마나 값진 것임을 알 수 있다. 1차전 30득점에 이어 2차전 0.8초를 남기고 위닝샷을 날린 김보미의 동갑내기 김한별, 다른 선수들이 지쳤을 때 나서서 득점을 챙기는 배혜윤까지 베테랑 3인방의 역할은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의 말 그대로 "고맙다는 말 외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에 딱 들어맞는다.
언니들이 적극 나서자 윤예빈 신이슬과 같은 신예들이 덩달아 힘을 내고 있다. 데뷔 후 2년간의 재활을 거쳐 풀타임 3년째에 접어든 윤예빈은 정규시즌서 경기당 10.6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한데 이어 포스트시즌서는 장신 가드로서의 본인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거침없는 골밑 돌파는 물론이고 미들슛에다 3점포 자유자재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받아서 먹는 득점이 거의 없다는 점은 그만큼 윤예빈이 볼을 가지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이 얼마나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 시즌 식스맨으로 기회를 잡은 신이슬은 포스트시즌서도 백업 멤버임에도 '미친 존재감'을 과시중이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국내 최고 가드 박혜진을 상대로 마음껏 스틸 능력을 선보이며 5스틸이나 기록하더니, 챔프 1~2차전에선 고비 때마다 그림같은 3점포를 성공시켰다. 임 감독이 "신이슬이 3점포를 성공시키며 승리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할 정도로 이른바 '승리의 요정'으로 등극할 태세다. 여기에 김한비 김나연 이명관 등 정규시즌에서 접전 때도 기용됐던 식스맨들이 포스트시즌서도 단 1분이라도 계속 기회를 얻으며 경험을 쌓고 있다.
어쨌든 삼성생명이 포스트시즌서 신구 조화의 완전체를 만들어 가면서, 내년 시즌은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