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구 FC가 2021년 시즌 초 지독한 불운에 휩싸였다. 악재종합세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5라운드에서도 그랬다.
경기 전부터 꼬였다. 핵심 왼쪽 윙백인 황순민이 지난해 자신을 괴롭힌 피로골절 여파로 이날 원정에 동행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측면 공격수 안용우에게 윙백 임무가 주어졌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선수들에게 '선제실점만큼은 하지 말자'고 당부했지만, 전반 4분만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선제실점했다. 정 혁의 프리킥이 박스 안에서 한 번 바운드된 뒤 골키퍼 문경건 쪽으로 향했다. 무난히 잡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은 문경건의 복부 부위를 맞고 나왔다. 이를 이성윤이 집중력있게 밀어넣었다.
변명의 여지없는 골키퍼의 실수다. 올해 대구에 입단한 문경건은 주전 최영은의 백업으로 시즌에 돌입했다. 최영은이 3라운드 광주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실수를 범하면서 4라운드부터 기회를 잡았다. 주말 제주전에선 나쁘지 않았지만, 이날은 기대를 저버렸다.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는 허무한 골킥도 두 번이나 날렸다.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전반 32분에는 '골취'(골 취소) 상황이 나왔다. 장성원의 우측 컷백을 정치인이 박스 안 가운데 지점에서 논스톱 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주심은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확인한 뒤, 공이 츠바사의 팔에 맞고 굴절됐다고 판단했다.
대구는 42분 츠바사의 다이빙 헤더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모처럼 득점을 터뜨린 츠바사는 후반 23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돼 나갔다. 예방 차원에서 일찌감치 교체했다고 이 감독은 말했다. 햄스트링이 워낙 예민한 부위라 주말 경기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류재문(전북) 신창무(강원) 김선민(서울 이랜드)이 시즌 전 줄줄이 이적하고 정승원마저 계약문제로 구단과 대립하며 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어 츠바사마저 빠진다면 미드필드진을 꾸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여기에 주력 수비수 조진우가 21일 울산전과 4월 2일 포항전 2경기 출전정지가 확정됐다.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전진 드리블을 하는 홍정호의 발목을 향한 '심한 반칙'으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이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나도 화가 난다. 우리 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면 더 냉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판 집중력 있게 몰아친 대구는 세징야의 2경기 연속골로 추격했지만,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날 패배로 시즌 무승이 5경기(2무 3패)로 늘었다. 5경기만에 첫 승을 거둔 지난시즌 초반부터 상황이 더 안 좋다. 정승원 이슈, 조진우 퇴장, 골키퍼 리스크, 암울한 분위기와 다가오는 2경기 상대를 감안할 때 당장 무승 행진을 끊기 어려워보이는 게 사실. 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말할 때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전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