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핫이슈]'주전 투수를 2명이나?' 납득 힘든 트레이드, 두산은 대체 왜

by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겉으로 보기에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트레이드다. 두산 베어스가 1군 주전 투수 2명을 내주면서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두산은 25일 LG 트윈스와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좌완 투수 함덕주와 우완 투수 채지선을 내주고, 내야수 양석환과 좌완 투수 남 호를 받는 트레이드다. 24일 오후부터 두 팀이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고, 실제로 협상 중이었던 트레이드는 25일 최종 결론을 맺었다.

트레이드의 무게감만 놓고 보면 두산이 손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함덕주와 채지선은 당장 두산의 1군 주전 투수들이다. 특히 함덕주는 1군 통산 311경기를 뛴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국가 대표도 여러 차례 차출 됐었다. 또 선발과 불펜 둘 다 가능한 자원이다. 2018시즌 마무리로 27세이브를 올렸고, 2017시즌에는 대체 선발로 9승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두산의 20대 투수 주축 중 한명이었기 때문에 두산이 그동안 애지중지 키우던 함덕주를 왜 트레이드 매물로 내놨는지 의아할 수 있다.

채지선은 아직 1군에서 많은 것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급성장 한 케이스다. 사회 복무 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후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구속이 150km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한데다 주무기 체인지업 제구가 좋아 불펜에서 요긴하게 활용했다. 경험이 많지 않아 시즌 후반부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전반기 채지선이 불펜에서 보여준 페이스는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트레이드 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산이 함덕주와 채지선을 트레이드 한 이유를 '활용폭'이라고 설명했다. 함덕주의 경우 선발로 다시 포지션을 바꿨지만, 같은 포지션을 놓고 경합하는 선수들과의 경쟁력에서 크게 앞서지는 않는다는 분석을 내렸다. 무엇보다 1루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오재일의 공백을 절감하고 있다. 김민혁, 신성현에게 1루 기회를 줬지만 아직 눈에 띄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김민혁을 키워야하지만, 지금 당장 주전 1루수로 밀어넣기에는 오히려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또 장타력이 뚝 떨어진 타선의 무게감을 감안해 양석환을 데려오는 것이 베스트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서도 시범경기까지 거치면서 타선 보강에 대해 느낀 바가 있었다. LG가 욕심을 보일만 한 투수가 좌완 선발 요원인 함덕주였던 셈이다. LG는 함덕주를 올 시즌 선발로 기용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두산은 채지선에 대해 이승진, 홍건희와 복귀를 준비 중인 곽 빈 등과 중복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최적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석환보다도 남 호에 주목했다. 두산 관계자는 "남 호가 정말 괜찮더라. 좌완 투수인데 공도 빠르고, 구위가 좋다. 이 투수가 트레이드의 핵심"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9년도 신인인 남 호는 지난해 1군에서 6경기를 뛴 게 기록의 전부다. 아직 보여준 게 없는 유망주다. 다만 남 호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이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는 게 구단 내부 중론이다.

바로 1군에서 주축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 2명을 트레이드로 내보낸 것은 '쇼킹'한 결정이다. 두산도 사실상 모험을 건 셈이다. 일단 올 시즌 양석환 1루수 카드가 통해야 하고, 향후 남 호가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줘야 남은 아쉬움까지 지울 수 있다. 이미 결정은 끝났다. 과연 두산의 선택이 옳았는지, 이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