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화 이글스 장운호는 최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서 삼진을 당한 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조니 워싱턴 타격 코치에게 '칭찬'을 받았다. 수베로 감독과 워싱턴 코치는 다른 선수들을 바라보며 "장운호가 타석에서 보여준 모습은 단순한 삼진 이상의 가치보다 크다"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장운호는 LG 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몸쪽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장운호가 외야 뜬공을 만들어냈다면 한화는 1점을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운호나 벤치 모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상황. 이후 한화는 계속된 2사 만루 상황에서 이해창의 밀어내기 볼넷과 유장혁 정은원의 적시타로 5점을 얻었다. 삼진으로 물러난 장운호 입장에선 동료들의 활약 덕택에 무거운 짐을 덜 수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이 흐름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그는 "장운호가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당한 공은 '보더라인'에 걸쳐 들어온 공이었다. 잘 쳐봐야 땅볼 내지 병살타로 연결될 수 있었다"며 "장운호가 그 공을 참고 혼자 삼진을 당하면서 팀이 만루 찬스를 이어갈 수 있었고, 대량 득점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타자 입장에선 맥없이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기 보다, 땅볼 내지 뜬공이 되더라도 자신의 타격을 하는 부분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타석에서의 평정심이 결국 출루와 장타율 상승, 삼진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마다 제각각 잘 칠 수 있는 공과 코스가 있다. 그 코스 외엔 흘려보내도 좋다고 주문한다"며 "자신이 잘 치는 코스에 공이 들어오면 강하게 쳐야 한다. 삼진율을 의식적으로 낮추려 하기보다 출루율, 장타율을 높이려 해야 한다. OPS(출루율+장타율)가 상승하면 삼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했다.
수베로 사단의 한화 리빌딩 테마는 '장점 극대화'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 선수들에게 무리한 요구보다 장점을 응원하고 이를 팀 운영 효율에 맞춰 극대화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수비 시프트, 선발진 텐덤 전략 모두 비슷한 시각에서 출발한 전략이다. 한 타석마다 나오는 장면에서도 수베로 감독은 의미와 가치, 더 나아가 큰 그림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