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혹사 논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스스로 화를 키웠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막이 올랐다. 10회 연속 월드컵에 도전하는 한국은 1~2차전을 앞두고 최정예 멤버를 소집했다. 손흥민(29·토트넘) 황의조(29·보르도) 황희찬(25·울버햄턴)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주축 선수들의 합류. 이들의 실력에 물음표는 없다. 다만, 변수는 있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손흥민 황의조 등은 소속팀 리그 일정을 마무리한 뒤 비행기에 올랐다. 코로나19 탓에 항공편이 줄어 뒤늦게 입국했다. 한국에 온 뒤에는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8월 31일 오후 대표팀에 합류했다.
피곤한 상황. 하지만 이들은 합류한 뒤 채 50시간이 되기 전 그라운드를 밟았다. 2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첫 경기에 출격했다. 손흥민과 황의조는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특유의 번뜩이는 움직임을 선보이지 못했다. 황의조 역시 상대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동료들과의 호흡도 완벽하지 않았다. 패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몇 차례 실수를 했다. 손흥민은 "(경기력 안 좋아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이틀 전에 들어왔건 하루 전에 들어왔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결국 핑계"라며 사과했다.
벤투 감독은 매우 보수적이다. 웬만해선 기존에 짠 틀을 바꾸지 않는다. 특히 손흥민과 황의조는 붙박이다. 황의조는 4-2-3-1 전술의 원톱, 손흥민은 측면공격수로 나선다. 빌드업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 축구 스타일상 체력 소모가 매우 크다. 오죽하면 한때 손흥민 '혹사논란'이 일었을 정도다. 손흥민은 2018년 5월부터 12개월 동안 A매치만 25경기 소화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축인 손흥민과 황의조를 투입했다. 상대는 한국의 전략을 읽고 있었다. 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감독은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손흥민을 집중 견제했다. 결과적으로 이라크의 전술이 맞아 떨어졌다. 한국은 홈에서 0대0 무승부에 그쳤다.
감독이라면 최고의 선수를 활용하고 싶어한다. 물론 선수들도 경기 욕심은 있을 것. 하지만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선수의 컨디션 조절은 필수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바 있다. 불과 보름 전 얘기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그 스스로 선수 혹사 논란을 키웠다. 벤투 감독에게 플랜B는 없었다. 유럽파 선수들은 7일 열리는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