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먼저 감독교체 버튼을 누른 팀은 최하위 FC서울이었다.
서울은 6일 박진섭 감독 사퇴와 후임 안익수 전 선문대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구단은 "박진섭 감독이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단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단은 고심 끝에 박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했고, 후임으로 안익수 감독을 선임했다. 강명원 단장도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예견된 일이었다. 서울은 지난 5일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27라운드에서 3대4로 패해 6승7무14패, 승점 25점으로 최하위에 처져있다. 전반기 부진을 딛고 후반기 3경기 무패를 내달리며 반등하나 싶었지만 전북전 패배로 6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최다실점 2위(36골), 최소득점 4위(27골)에 내용도 좋지 않아 팬들의 분노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올해 광주를 떠나 서울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구단 고위층에 거듭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고, 그 말대로 책임을 졌다. 전북전이 끝나자 항의 차원에서 직접 제작한 걸개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40여명의 서울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한 게 서울 감독으로 한 마지막 행동이었다.
서울은 이로써 두 시즌 연속 시즌 도중 정식 사령탑이 자진사퇴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에는 최용수 감독이 팀 순위가 11위까지 내려앉은 7월 30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후임인 김호영 감독대행(현 광주FC 감독) 체제에서 반등을 도모했으나, 9월 24일 김 감독대행도 돌연 사임했다. 남은 시즌을 박혁순 대행과 P급 자격증을 보유한 이원준 대행이 이끄는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촌극을 빚었다.
2018년 4월 30일에는 황선홍 감독이 자진사퇴하고, 그해 10월 이을용 감독대행이 물러났다. 최근 3년 4개월간 정식감독 3명과 감독대행 2명이 팀을 떠났다.
서울은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려간 끝에 간신히 잔류했다. 지난 시즌은 스플릿라운드 전후 반전을 이뤄 9위로 마감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끝내 살아남았다. 올해는 강등싸움 '시즌 3' 쯤 된다. 박 감독 체제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구단은 카리스마형 지도자인 안 감독에게 운명을 맡겼다. 박태하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감독직을 고사하고,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찾은 지도자가 안 감독이다.
서울은 14대 안익수 감독이 '2010년 서울 수석코치로 팀을 최정상 자리에 올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감독은 여자축구대표팀 감독(2008~2009년), 부산 아이파크 감독(2011~2012년), 성남FC 감독(2013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2015~2016년)을 거쳐 2018년부터 선문대에서 선수를 지도했다.
안 감독은 12일, 익숙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을 상대로 서울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12위 서울과 11위 성남(27점·27경기)의 싸움이다. 9위 광주(28점·26경기)와 승점 3점차이지만 다득점에서 2골 앞서고 있어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9위까지 점프할 수 있다.
한편, 서울은 이날부로 '단장 대행 시대'도 열었다. 구단의 발표대로 강 단장이 책임을 지고 자진사임했다. 이재호 운영팀장이 단장 대행직을 맡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