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 트레이드 후 첫 대결. 서건창이 정찬헌을 이겼다. 내색은 안 했지만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나선 경기. 서건창은 LG의 '세리머니 게임' 규칙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원정경기에서 LG가 옛 동료 정찬헌을 상대로 12안타를 몰아치며 10대3 완승을 거뒀다.
김현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1회초 1사 김현수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고 나가 LG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김현수가 이날 제안한 세리머니는 손날로 옆을 베는 동작이다.
최근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렸던 LG는 올 시즌 쭉 해왔던 '명품시계 세리머니'를 잠정 중단했다.
'시계 세리머니'는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998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선수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구입했지만, 아직까지 주인을 만나지 못한 그 '명품시계'를 올해 꼭 금고에서 꺼내자는 의지를 담은 세리머니다. 하지만 우승 욕심이 부담감으로 작용한 탓일까? 선수들이 집단 타격 부진에 빠졌다. LG 선수단은 그 세리머니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선보인 LG의 세리머니는 뭘까? 특정 동작이 아니고 규칙이다. 첫 안타를 치고 나간 선수의 세리머니를 경기 내내 따라하기로 했다. 주장 김현수가 제안한 신개념 '세리머니 게임'이다.
김현수의 안타에 이어 서건창이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쳤다. 그런데 2루에 나간 서건창이 게임 규칙을 어겼다. 김현수의 세리머니를 따라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손권총 세리머니를 한 것. 정찬헌과의 승부에만 집중한 서건창의 부담감이 느껴진 순간이다.
맞트레이드 후 둘의 모습은 정반대였다. 정찬헌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서건창은 부진했다. LG 합류 후 9월 20일까지 서건창의 성적은 125타수 28안타로 타율 0.246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반전이 일어났다. 서건창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무려 0.385다. LG가 원하던 2루수의 모습이다.
이날 경기에서 서건창은 정찬헌을 상대로 2타수 2안타의 완승을 거뒀다. 그 동안의 부담감을 떨쳐버렸다.
LG의 10대3 완승. 무엇보다 살아난 타격이 고무적이다. 19안타를 몰아친 LG는 켈리의 5이닝 1실점 호투를 발판 삼아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LG는 이날 경기에서 패한 삼성을 제치며 단독 2위를 탈환했다.
'세리머니 게임' 규칙 까먹어도 좋다. 살아난 서건창의 방망이가 그저 반가울 뿐이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