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소중한 공. 반드시 수거돼야 할 기념물이 밤 새 부쩍 추워진 야외 노상에 방치돼 있어야 했다. 사연은 이랬다.
키움 거포 박병호가 16일 홈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더블헤더 1,2차전에서 모두 투런홈런을 날리며 19,20호 홈런을 기록했다.
전날까지 18호 홈런을 기록중이던 박병호는 단숨에 20개를 채우며 역대 2번째 8년 연속 20홈런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 2번째 기록. 박병호는 지난 2012년(해외진출 2016,2017년 제외) 부터 지난 시즌까지 7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해왔다.
8년 연속 20호 홈런은 삼성의 전설 이승엽이 해외진출 전후(1997년~2003년, 2012년)로 달성한 것이 KBO 40년 역사상 유일한 기록이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투런홈런으로 19호 홈런을 기록했던 박병호는 2차전 0-4로 뒤진 4회초 무사 1루에서 삼성 선발 이재희로부터 좌월 투런포를 날렸다.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라팍 좌측 폴대 아래로 들어가버렸다. 관중의 손이 닿지 않는 곳. 그 덕분에 공을 주운 관중과 흥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관계자 조차 쉽게 꺼낼 수 없는, 사람 손이 쉽게 닿지 않는 난감한 위치였다는 점이다.
결국 키움은 다음날인 17일 아침 홈팀 삼성 구단의 도움을 받아 공을 수거할 수 있었다. 사다리까지 동원해 공 수거를 도왔다. 레전드 이승엽을 배출한 명문 구단. 두번째 대기록 기념구 수거를 내 일 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렇게 소중한 공은 박병호의 품에 들어올 수 있었다.
박병호는 "의미있는 기록을 만들어 기쁘다. 장타자로서의 가치는 홈런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장점을 오랫동안 살릴수 있어 좋았다. 비록 올 시즌 타율이 낮고 예전처럼 좋은 기록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시즌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 이번 기록으로 이승엽 선배와 다시 한번 이름이 거론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레전드의 땅에서 기록을 세운 의미를 강조했다. 물론 공 수거를 도와준 삼성 구단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