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장수 사령탑' 그 이상의 기록을 쓰게 됐다.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 무대까지 4년간 동고동락하는 감독이 됐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의 지휘봉을 잡았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그는 2018년 9월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2대0 승)를 시작으로 11경기 무패(7승4무)를 달렸다. 다만, 첫 패배가 너무나도 뼈아팠다.
'벤투호'는 2019년 1월 열린 카타르와의 2019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던 한국은 8강에서 고개를 숙였다. 벤투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유연하지 못한 전술이었다. 벤투 감독은 어떤 상대를 만나도 '빌드업 축구'를 고수했다.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른바 '침대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을 상대로도 축구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은 '마음먹고' 내려서는 팀들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보수적 선수단 운영도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혹사논란'까지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불통' 비판까지 발생했다. 벤투 감독이 지난해 6월 1일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넘어 한국 축구 역대 '최장수 감독'으로 등극했을 때도 물음표가 붙었던 이유다.
의심은 계속됐다. '벤투호'는 지난해 3월 일본 원정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2021년 9월 홈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것도 문제가 됐다.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빌드업 축구' 완성도를 높여갔다. '빌드업 축구'가 자리 잡자 벤투 감독은 '선수 풀'도 확장해 나갔다. 김진규(부산 아이파크) 조영욱(FC서울) 엄지성(광주FC) 등 새 얼굴을 점검했다.
결과도 맺었다. 한국은 1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6승2무(승점 20)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권을 거머쥐었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0회 연속 및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게 됐다. 그동안 월드컵 역사상 10연속 진출은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 등 5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은 전 세계 6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10연속 진출 클럽에 가입했다.
벤투 감독은 2일로 취임 1,261일째를 맞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한 감독이 예선 시작부터 본선까지 대표팀을 이끈 사례는 없었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책임진 가장 최근 사례는 차범근 전 감독이다. 차 전 감독은 1차 예선이 시작되기 한 달 전에 지휘봉을 잡고 1년 5개월 동안 팀을 이끌었다. 벤투 감독은 외국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 무대까지 밟게 됐다. 무엇보다 4년이란 시간을 함께 한 사령탑으로 남게 됐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로 이동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2022년 K리그 개막 전 귀국할 예정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