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리그 역대 외국인 타자 '톱5'를 꼽는다면 에릭 테임즈와 다린 러프가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테임즈는 NC 다이노스에서 3년(2014~2016년)을 뛰며 통산 0.349의 타율과 124홈런을 때려냈고, 2015년에는 KBO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며 MVP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17년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1600만달러 계약, 빅리그 재입성에 성공했다.
러프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3년(2017~2019년) 통산 타율 0.313, 86홈런, 350타점을 기록했다. 2020년 삼성과의 재계약이 금액차로 불발된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재도전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 2020년 40경기에서 타율 0.276, 5홈런, 18타점을 올린 그는 지난해 117경기에서 타율 0.271, 16홈런, 43타점을 때리며 빅리그 복귀 2년 연속 탄탄한 인상을 심어줬다.
둘은 1986년생 동갑이지만, 30대 중반 지금 처지는 대조적이다. 테임즈는 불러주는 팀이 없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주력 타자로 부상한 러프는 30홈런 타자로 거론되고 있다.
테임즈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NPB)로 눈을 돌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120만달러에 계약,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0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받은 40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아시아로 턴한 것은 다시 빅리그 복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NPB 데뷔전에서 외야 수비를 하다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입고 미국으로 돌아가 수술을 받은 뒤 결국 복귀하지 못하고 방출됐다.
테임즈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그 재입성도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락아웃이 이달 내로 풀린다고 해도 한 달간 스프링캠프와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테임즈와 같은 중저가 FA에 신경쓰기는 어렵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초청 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다시 기량을 검증받는 것이다. 은퇴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반면 러프는 현지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다. 블리처리포트는 최근 올해 구입해야 할 메이저리그 카드 주인공 10명 가운데 러프를 6위로 꼽았다. 블리처리포트는 '러프가 지금 위치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카드의 가치가 올시즌 말미에는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샌프란시스코가 올해도 플레이오프 경쟁을 한다고 보면 러프는 중심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 러프는 팀내에서 좀더 확실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만일 600타석에 들어선다면, 30홈런과 100타점 시즌을 쉽게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프는 지난해 좌완 투수(0.283)에 강점을 보이면서 오른손 투수에도 꽤 준수한 타격(0.262)을 보여줘 붙박이 지명타자 또는 1루수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작년 127만5000달러의 연봉을 받은 러프는 올해 연봉조정 자격을 갖고 있어 2~3배 인상률을 기대해도 좋을 정도다.
KBO리그 활약상과 메이저리그 복귀 후 성적은 테임즈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러나 최근 2년새 테임즈가 퇴물 신세로 전락한 반면 러프는 자라나는 올드 유망주로 각광받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