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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받으면 더 강력해지는 손흥민, '독기어린 승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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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때릴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강철이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자신을 향한 모든 비판의 말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현지 매체에서 '부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시즌 첫 멀티골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끈 히어로가 됐다.

손흥민은 21일 새벽 1시30분(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홈경기에서 리그 12, 13호 골을 연달아 터트리며 팀의 3대1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얻은 토트넘은 리그 5위로 올라섰다. 앞서 2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현지 언론이 제기한 비판 의견을 한방에 잠재운 경기였다.

이날 손흥민은 3-4-2-1 포메이션의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의 실력에 대한 물음표가 현지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브라이튼 앤드 호브 알비온전에서 손흥민은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손흥민을 (선발) 제외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였다. 대놓고 "미치지 않고서야 제외할 수는 없다"며 손흥민의 방패막이가 되어줬다. 선발 투입은 콘테 감독에게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손흥민은 데얀 클루셉스키와 함께 2선 공격수로 최전방의 해리 케인을 받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손흥민은 마치 벼르고 나온 듯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과시하며 날카로운 공세를 퍼부었다. 케인과의 찰떡 호흡은 여전했다. 전반 9분 만에 '손-케 듀오'에 의해 첫 골이 만들어졌다. 케인이 측면에서 돌파한 뒤 박스 중앙을 뚫은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그대로 슛. 골망이 출렁였다. 리그 12호 골을 터트린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상대 수비 주마의 발에 공이 맞고 들어간 것으로 확인돼 자책골로 정정됐다.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손흥민은 15분 뒤 깔끔하게 골을 넣었다. 1-0이던 전반 25분 케인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전방으로 쇄도하는 손흥민을 향해 길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공을 이어받아 박스를 뚫은 뒤 주마의 마크를 피해 왼발로 슛을 터트렸다. 골키퍼의 머리를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3경기 만에 나온 손흥민의 리그 12호 골.

손흥민의 활약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급기야 후반 43분에 이날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요리스 골키퍼가 최전방으로 길게 골킥을 했다. 케인이 웨스트햄 수비와의 공중볼 헤더 경합을 이겨내고 전방의 손흥민에게 떨어트렸다. 수비 뒤쪽으로 침투하던 손흥민은 그대로 공을 이어받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잠시 오프사이드 점검을 받았으나 온사이드 정상 골로 인정받았다. 경기를 마무리하는 멋진 골이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EPL 득점부문에서 디오고 조타(리버풀)과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자신을 비판했던 현지 매체들에게 보란 듯이 날린 멀티골 맹활약이었다. 손흥민은 '조용히 하라!'는 의미의 '쉿!' 세리머니로 현지 언론을 침묵시켰다. 현지 매체들도 항복 선언을 했다. 풋볼 런던 등은 경기 후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 9점을 매기며 자신들의 비판이 틀렸다는 걸 인정했다. 독기어린 승부사 손흥민의 완벽한 승리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