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A매치를 앞두고 승리해 기분이 좋다."
자신을 향한 영국 현지 언론들의 비판 여론을 화끈한 시즌 첫 멀티골로 잠재운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30)의 경기 후 소감이었다. 그의 마음 속에 어떤 가치가 자리잡고 있는 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도 그의 마음에는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과 '대표팀 캡틴'으로서의 책임감이 깔려 있었다. 자신의 진가를 화끈하게 펼친 손흥민으로 인해 A매치를 앞둔 대표팀 '벤투호'의 사기도 한층 치솟을 전망이다.
손흥민은 21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21~2022 EPL 30라운드 홈경기에서 리그 12, 13호골을 연거푸 터트리며 팀의 3대1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2골 모두 '영혼의 단짝' 해리 케인의 도움을 받은 결과물이다. 'EPL 사상 최고 듀오'의 명성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또한 이 승리로 토트넘은 리그 5위로 뛰어올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리그 4위 확보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뿐만 아니다. 손흥민은 앞선 두 경기(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브라이튼 호브 앤드 알비온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쏟아져 나온 현지 언론의 '부진 비난'을 일시에 잠재워버렸다. 풋볼 런던 등 현지 매체들은 경기 후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을 부여하며 자신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손흥민이 돋보이는 대목은 또 있다.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A매치'를 언급하며 한국 대표팀 '캡틴'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A매치 휴식기 전에 승리해서 기쁘다. A매치를 앞두고 이기면 늘 기분이 좋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거칠기만 한 리그 순위 경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온 현지 매체의 비판 속에서도 손흥민의 가슴 속에 '국가대표팀'의 비중이 얼마나 크게 자리잡고 있는 지 나타나는 멘트다. 소속팀 토트넘에 값진 승리를 안긴 손흥민은 이제 곧 귀국길에 올라 '벤투호'에 합류하게 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 10차전을 치르기 위해서다. 까다로운 상대인 이란(24일)과 아랍에미리트(29일)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기량이 절정에 오른데다 강한 책임감마저 지닌 손흥민의 합류로 인해 벤투호는 전력 뿐만 아니라 사기 면에서도 큰 시너지 효과를 지닐 수 있게 됐다. 한국 축구를 지탱하는 대들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