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그라운드를 돌면서 전율했다. 짜릿했다. "
마침내 되찾은 야구 현장의 소리. 수원KT위즈파크를 찾은 8000여 야구팬의 함성이 하늘끝까지 터져나왔다.
23일 수원KT위즈파크. 2-2로 맞선 8회 2사 1루, 타석에는 '30억 FA' 박병호(36)가 들어섰다.
지난 겨울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수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2년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KT. 특히 간판타자 강백호가 부상으로 정규시즌 절반 가까이 나서지 못하게 된 상황. 박병호의 어깨에 지워진 무게가 만만찮았다.
지난 15일까지 2승9패, 순위표 맨 아래까지 추락했다.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상황. 팀이 어려울 때 더 밝게 빛나는게 스타다.
박병호는 16일부터 7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 KT는 16일 롯데전 승리로 4연패를 끊고 한숨을 돌린 뒤 시리즈 위닝을 따냈고, 주중 LG 트윈스를 스윕한 뒤 NC와의 시리즈마저 위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순식간에 5연승을 내달리며 8승10패, 6위까지 올라섰다.
이제 야구장에서도 '마스크 착용시' 육성응원이 가능해졌다. 이날 박병호에게 쏟아진 뜨거운 환호는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제한관중, 육성응원 금지로 치러진 지난 2년여동안 맛보지 못한 것. 어쩌면 지난 2년간의 부진은 환호를 향한 갈증이었는지도 모른다.
박병호는 홈런 순간에 대해 "스윙이 끝까지 잘 됐다. 포물선을 보면서 막 뛰었는데 환호성이 터지더라. 짜릿했다. 이 순간이 정말 절실했다"며 남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그라운드를 도는데 전율이 오더라. 스피커 응원과 육성응원은 선수 입장에서 완전히 다르다. 함성 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 선수들이 정말 많이 반성했다. 팬들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꼈다. 오늘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팬들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경기를 해서 기분이 정말 좋다."
박병호는 '17경기만에 벌써 4개를 쳤다'는 말에 피식 웃었다. 왕년에는 한 시즌에 52~53개(2014~2015)를 쏘아올리던 그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은 7개, 23개에 그쳤다. 박병호는 "작년 재작년 대비 잘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미소를 띄웠다. "부진할 땐 김 강, 조중근 코치님과 대화하면서 잊고 경기에 집중했다"며 감사도 표했다.
"팀이 연패중일 때, 중심타자는 반전을 이끌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게 잘 안되서 다같이 침체됐으니까, 새 팀에 온 입장에서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연승 기간에는 안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투수들은 누가 봐도 좋다. 결국 타선에서 물꼬를 터줘야했다. 요즘 황재균 김민혁이 그 역할을 해주면서 전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박병호는 1-2로 뒤지던 8회 자신에 앞서 동점 홈런을 친 김병희에 대해 "역전 홈런은 내가 쳤지만, 내게 수훈 선수를 꼽으라면 김병희다. 김병희의 한방이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큰 역할을 해줬다"며 후배를 포용했다.
그는 "KT에 와보니 중고참 선수들이 많다. 백업이든 스타팅이든 열심히 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선수들끼리 대화하면서 책임감을 나눠갖는 분위기도 좋다"면서 연신 웃었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