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감독들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하는게 투수 교체다. 결과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6회말 고민이 많았다. 선발 이민호가 5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아오다가 6회말에 안타 2개를 맞고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2-0으로 리드 폭이 작았기 때문에 안타 하나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상황. 게다가 LG는 그 전날인 26일에 4-0으로 앞서다가 6회말에 대거 5점을 내주는 바람에 역전패를 했었다.
당시 삼성 타자는 4번 오재일이었다. 이민호가 이날 오재일에게 2타수 무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오재일과의 승부에서 9타수 3안타(피안타율 0.333) 1홈런을 기록해 좋지 않았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으나 교체는 없었다. 류 감독은 "당시에 진해수가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오재일 때 진해수로 바꾸고 다음 강민호 때 정우영을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면서 "오재일 타석 때 이민호로 가느냐 진해수로 가느냐를 고민하다가 이민호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당시 민호의 투구 밸런스나 구속 등을 봤을 때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봤다"면서 "그렇게 해서 이겨내야지만 다음에도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다고 봤다. 위기가 올 때마다 교체되면 다음에 본인이 도망갈 수가 있다"라고 했다. 이민호는 오재일과 3B1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연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류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이후 정우영이 올라와 강민호를 1루수앞 땅볼로 잡아내며 가장 중요한 승부처를 돌파했다. 이민호는 5⅔이닝 동안 5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해 팀의 7대0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 승을 챙길 수 있었다.
류 감독은 "민호가 어제는 강약 조절을 잘했다. 볼넷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뒤에 있는 야수들에게 편안함을 줬다"며 이민호의 피칭을 칭찬한 뒤 경기전날 이민호를 따로 불러 조언한 사실도 밝혔다. "민호에게 이전 3경기를 본 소감을 말해줬다"는 류 감독은 "호흡도 빠르고, 전체적인 템포도 빨랐다. 그러다보니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해줬고, 시간을 줄테니 편하게 자기 공을 던져라고 말해줬다"라고 말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