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5일 어린이날에 벌어진 전북 현대 원정경기는 FC서울 공격수 박동진의 존재감을 재확인한 날이었다.
박동진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10라운드에서 등번호 50번을 달고 서울의 원톱 공격수로 깜짝 선발출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으로 인해 K리그로 임시 복귀한 국가대표 주전 미드필더 황인범이 부상을 딛고 서울 교체 엔트리에 포함된 것보다 더 깜짝 놀랄만한 뉴스였다.
이적 사가(Saga), 부상 등의 이유로 엔트리에 들지 못하다 지난 FA컵 3라운드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박동진에겐 이날이 시즌 처음이자, 김천 상무 소속이던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만에 치르는 실전 경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풀타임을 거뜬히 소화했고, 또한 디펜딩 챔프를 상대로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박동진은 이날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5개의 슈팅과 3개의 유효슈팅을 쐈다. 마지막 슈팅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44분 동점골 상황에서 나온 헤더였다. 이한범의 머리에 맞은 공을 문전 앞에서 재차 헤더로 연결하며 서울에 귀중한 승점 1점을 안겼다. 2020년 5월10일 강원전 이후 서울 유니폼을 입고 꼭 2년만에 기록한 골이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일정으로 가뜩이나 지친 상태였던 전북 수비진은 기회를 찾아 쉴새없이 움직이고 수비시에는 강하게 압박하는 박동진의 존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박동진은 전체적으로 안익수 서울 감독의 '익수볼', 빌드업과 선수간 활발한 위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전술에 녹아들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투박함 속의 열정, 골을 향한 집념은 서울에 전에 없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박동진 한 명이 들어왔을 뿐인데, 그간 지적받은 서울 공격진의 '얌전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서울은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심혈을 기울이던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찾기 작업을 중단하고 브라질 수비수 히카르도 영입으로 선회했다. 소위 전방에서 버텨주는 장신의 외인 스트라이커없이 나상호 조영욱 강성진 팔로세비치, 고요한 등으로 아기자기한 공격 축구를 펼치겠다는 안 감독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동진은 '익수볼에 외국인 공격수는 필요없을지 몰라도 나와 같은 유형의 공격수는 필요하다'고 소리치듯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극적인 시간에 동점골을 터뜨리고는 원정 서포터 앞에서 개가 오줌을 누는 '미친개' 세리머니까지 펼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미친개'는 박동진 본인도 받아들이는 별명이다.
안 감독도 박동진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경기 후 "인생을 사는데 여러 일이 있는데 그런 과정을 딛고 일어나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에 발전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첫번째 경기에서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서울의 수장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박동진은 개인 SNS에 "714일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다시 할 수 있게 도와준 축구바보 기캡형님(기성용), 다쳐도 훈련장 나와서 멘탈잡아준 고캡(고요한) 너무 고맙다"며 "멀리 원정까지 와주신 팬분들 너무너무 고맙고 끝까지 저희 선수들 지지해달라. 다음경기 준비 잘해서 좋은 결과 있도록 하겠다"고 복귀전 소감을 남겼다.
박동진은 오는 8일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수원FC와의 K리그1 11라운드 출전을 준비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