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전설'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에게 선수 시절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누구였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선 전 감독은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가 아닌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을 꼽았다. 스윙이 큰 장거리타자는 비교적 상대하기 편하고, 짧게 끊어치는 교타자가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용덕 전 한화 이글스 감독도 컨택트 위주로 치는 타자가 까다로웠다고 했다.
요즘 키움 히어로즈 1번 타자 김태진을 상대하는 투수는 상당히 짜증이 날 것 같다. 김태진은 배트 손잡이 끝 노브에서 10cm 넘게 위로 잡고 타격을 한다. 큰 것 한방이나 강력한 타구를 때린 생각이 없어 보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공을 맞춰 출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타격이다. 홍원기 감독은 "저렇게 배트를 잡으면 바깥쪽 공은 어떻게 공략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출루하겠다는 집념이 보이는 퍼포먼스다"며 웃었다.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태진은 끝없이 상대 선발 아담 플럿코를 괴롭혔다. 볼카운트 3B2S에서 연달아 9개의 파울을 날렸다. 스트라이크존 비슷한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어김없이 커트했다. 타자가 투수 입장에선 던질 공이 없다. 김태진은 15구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1회초 플럿코는 26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쳤는데, 김태진에게 절반 이상을 던졌다.
1회초 쌓인 피로감 때문일까. 플럿코는 3회초 무너졌다.
김태진은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선 좌전안타를 때렸다. 1사 2루, 볼카운트 2B2S에서 좌익수 쪽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히어로즈 타선은 상대 실책과 5안타를 묶어 6점을 뽑았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