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기든 지든 그 투수가 끝내는게 낫다. 그래야 다음 경기에 영향이 없다."
9회말 등판과 함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삐끗하면 그대로 팀의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 하지만 불펜은 텅 비어있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더 먼곳을 보고 있었다. 평소 투수들에게 강조해온 책임감과 더불어, 연승 여부보다는 다음 경기에 끼칠 영향에 초점을 맞췄던 것.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만난 홍 감독은 "그런 경기는 지더라도 한 투수가 끝내는게 낫다"고 평했다. 이어 "과정은 하영민이 만들고 결과는 김휘집이 냈다"며 웃었다.
"잘못하면 다음 경기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이미 필승조 문성현-김재웅을 다 썼고, 하영민이 지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까 거기서 낸 거다.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끝내기로 지더라도 (위기를 자초한)그 선수가 지는게 낫다. 마무리는 마무리 상황에서만 나와야한다. 이대호한테 볼넷을 내주면서 힘든 경기를 했는데, 또다른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만한 계기가 아닐까."
하영민은 사령탑의 신뢰에 보답했다. 안중열의 잘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병살타가 됐고, 이학주마저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긴 것. 이어진 이정후의 결승 3점포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홍 감독은 "김휘집이 어린 선수인데 정말 침착하게 잘했다.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산이 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척돔은 원래 타구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평소 적응훈련을 잘 해둔 덕분에 잘 잡은 것 같다"며 김일경 수비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홍 감독은 이른바 '1이닝 책임제'에 대해 "투수교체는 결과론 아니냐"며 멋적어하면서도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 한 이닝에 투수 2명이 나올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들이 '이 이닝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마음으로 등판해주길 원한다. 어린 투수들에게 계속 강조한 결과 지금까진 괜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1회 3실점한 뒤 6회까지 역투한 선발 최원태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스타트에도 책임감을 갖고 잘 던져줬다. 1회 끝나고 낮경기고 하니까 좀더 과감한 승부를 주문했다. 사실 1회 점수는 빗맞은 안타와 실책이 겹친 결과 아닌가. 최원태가 잘 던져주면서 팀도 포기하지 않았다. 2군 다녀오고 나서 야구 기술 쪽보다는 템포나 표정 관리, 감정표현 등에서 확실히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지금 어제 그런 상황에서 솔직히 그런 수비 하나가 손상권이 굉장히 큰 그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어린 선에서 이렇게 침착한 플레이를 한다는 거는 굉장히 좀 힘든 프레이였었는데 그런 플레이 하나가 이 선수한테는 앞으로 이제 성장하는 데 있어서 큰 어떤
뭐랄까요. 일단 자산이 되지 않을까 어제 그 플레이 하나로 해서 좀 더 과감한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