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기억해 유(YOU)'
6일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가 펼쳐진 대전월드컵경기장. 킥오프 8분. 팬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4만여 관중이 흰색과 붉은색, 푸른색이 조화를 이룬 카드를 들고 감동을 자아냈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경기가 열린 당일은 현충일이었다. 다음날인 7일은 '2002년 레전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사망 1주기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유 전 감독과 3년 전 유명을 달리한 핌 베어벡 2002년 대표팀 수석코치를 비롯해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다 세상을 떠난 축구인들과 모든 순국선열을 'YOU'로 지칭해 추모했다.
대전에서 7년 만에 열리는 A매치였다. 2015년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 이후 처음이다. 팬들은 뜨겁게 응답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전에 이어 매진을 달성했다.
축구장 근처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팬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경기장 근처 포장마차는 팬들로 발디딜틈 없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역대급 출근길'이었다. 팬들은 선수단 버스가 도착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대기줄'을 섰다. 1층 자리는 물론이고 2층 난관도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경기장 내부는 팬들이 직접 만든 '센스 만점' 응원 문구로 가득했다. 팬들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자', '월드컵 인생 걸고 합시다', '덤벼! 우리가 다 받아 칠레', '현충일, 칠레전, 국뽕' 등의 멘트로 뜨거웠다.
기다림의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던 만큼 팬들은 태극전사들을 향해 후회 없이 응원했다. 경기 시작 55분여를 앞두고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오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0여분 뒤 모습을 드러낸 칠레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전했다. 또한, 팬들은 경기 시작 6분이 되자 유 전 감독을 추모하며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대전은 20년 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에 짜릿한 승리를 안긴 성지다. 당시 한국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전은 2002년에 이어 또 하나의 축구 역사를 간직하게 됐다.
대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