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이라면 기대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선발 투수들이 3경기 연속으로 6이닝을 책임졌다. 그것도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외국인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투수들이 호투를 이어갔다. 선발진 최약체팀 한화 이글스라서 더 귀한 기록이다. 경기 초반 선발투수가 난타를 당해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최근 사라졌다.
실질적인 에이스 윤대경은 한화 선발진의 소금같은 존재다.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최악의 집단 부진 상황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로 나선 윤대경은 6이닝 3안타 1실점 역투를 펼쳐 5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상대 선발 최원준이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간 가운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6월 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6⅔이닝 4안타 무실점 호투를 한데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다. 2주 전인 5월 26일 대전 두산전에서 ⅔이닝 9실점했던 수모를 말끔히 씻었다.
두산과 주중 3연전 첫날인 7일 경기에선 고졸 3년차 남지민(21)이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6이닝 6안타 3실점. 프로 11경기 만의 첫 퀄리티 스타트고, 6이닝을 던진 것도 이 경기가 처음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이탈로 선발이 된 남지민은 그동안 부침이 심했다. 앞선 7경기에서 5이닝을 채운 게 딱 1번뿐이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슈퍼루키' 문동주를 선발로 전환하면서 기존 선발 중 남지민이 아닌 이민우를 뺐다. 젊은 유망주 남지민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6월 4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김민우가 6이닝 1안타 1실점 호투를 했다. 올 시즌 3번째 퀄리티 스타트였다.
최근 외국인 투수 2명을 내보낸 한화는 최약체 선발진 때문에 고전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7경기에서 '1승'을 기록하고 퇴출됐다. 사실상 외국인 투수없이 시즌을 치러왔다. 6월 말이나 7월 초가 돼야 새 외국인 투수가 합류한다. 국내투수들이 버텨줘야 한다.
8일 현재 팀 퀄리티 스타트 12회. 57경기 중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한 게 12경기 정도라는 얘기다. 아무리 불펜이 든든해도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답이 안 나온다. SSG 랜더스(34경기),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이상 31경기), 히어로즈(29경기), KIA 타이거즈(27경기),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이상 25경기)의 절반이 안 되는 압도적인 꼴찌다. 또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5.46으로 이 또한 압도적인 꼴찌다.
그런데 최근 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가 4번이 나왔다. 이 기간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2.43이다. 한화 마운드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