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투수 박신지(23)는 친구 곽 빈과 함께 두산 선발진을 이끌어갈 기대주.
큰 키와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뿜어대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모자가 벗겨질 만큼 와일드한 투구 동작은 약점이자 장점이다. 높은 타점에서 뿌리는 힘있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각도가 예리해 다듬기에 따라 '우완 김광현'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투수.
하지만 발전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누구에게도 보장된 미래는 없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칭찬보다 쓴 약 같은 조언이 쏟아진다.
박신지는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즌 7차전에 시즌 세번째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다. 데뷔 후 2승 모두를 거둔 좋은 기억의 상대 팀.
경기 전 '키움전 호투' 언급에 두산 김태형 감독은 "그런 거 없다. 왔다갔다 하는데 뭐…"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임시가 아닌 상시 선발이 되기 위한 조건은 가능성이 아닌 안정감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꾸준한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은퇴 후 KBSN 방송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유희관 선배가 조언을 던졌다.
빠른 공이란 무기가 없었지만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 두뇌 싸움으로 통산 101승을 거두며 공이 느린 꿈나무들의 이정표가 됐던 대선배. 단조로운 볼 배합을 지적했다.
4회까지 박신지는 단순한 볼 배합을 했다. 오른손 타자에게는 직구-슬라이더를, 왼손 타자에게는 직구-체인지업만 던졌다. 둘 중 하나의 확률. 사실상 투 피치였다.
유 위원은 "타자가 예측할 수 없는 공을 던져야 한다. 오른손 타자가 나오면 바깥쪽 직구 아니면 슬라이더를 던진다. 타순이 한 바퀴 돌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패스트볼의 위력과 제구되는 변화구 각도가 예리한 만큼 경우의 수를 늘려 타자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면 승리확률이 높아진다.
4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출루시키며 힘들게 이닝을 이어오던 박신지는 마치 선배의 말을 들은 듯 5회부터 패턴을 바꿨다. 4회까지 하나도 안 던지던 느린 커브를 섞어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삼자범퇴가 만들어졌다.
유희관 선배의 지적이 실제 경기 중 퍼포먼스로 나타난 셈.
5이닝 84구 5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법과 볼 배합 다양성의 중요성 등을 깨달음을 얻은 소득 있는 경기였다.
지난 2018년 1차지명 곽 빈에 이어 2차 1라운드 1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 일찌감치 상무에 입단해 군 복무까지 마친 예비역. 장밋빛 미래가 열려 있다.
곽 빈과 함께 두산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선발 요원. 타자와의 절묘한 수싸움으로 프로야구 40년 역사에 단 32명만 밟은 100승 고지를 점령한 선배의 진심어린 조언이 향후 폭풍성장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