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새 구단주 서프라이즈 '깜놀'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최근 강원FC가 딱 그런 상황을 경험했다며 희색 만연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말 한 마디'에 힘이 솟은 경험이다.
강원은 8일 춘천 홈 개막전으로 열린 K리그1 21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서 3대2로 승리,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시즌 첫 연승 이후 20라운드 울산 현대전에서 1대2로 패하며 기가 꺾였던 강원은 승리 예측이 쉽지 않았던 상황. 국가대표급 토종 전력을 갖춘 김천은 20라운드서 상위팀 제주를 4대0으로 대파하며 사기가 바짝 오른 채 강원을 맞았다. 하지만 강원은 시즌 처음으로 3골을 먼저 쏟아붓는 최상의 공격력을 뽐내며 여름 반등의 희망을 살렸다.
그런 강원에 숨은 원동력이 있었다. 강원의 새 구단주를 맡게 된 김진태 신임 강원도지사의 '서프라이즈 편지'다. 강원 구단은 지난 2일 성남FC와의 19라운드(2대0 승)에서 시즌 첫 연승을 한 뒤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새 강원지사로 당선된 김 지사가 공식 임기를 시작한(7월 1일) 이후 구단주로서 첫 행보였다.
김 지사는 꽃무늬 편지지에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님, 최용수 감독님, 자랑스러운 선수 여러분! 냐르샤 팬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7월 2일 성남FC와의 첫 원정경기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 선수들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직 18번의 경기가 더 남아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치하했다.
이어 김 지사는 '강원FC가 도민에게 사랑받고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명문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라며 남다른 '축구사랑'을 나타내기도 했다. 도지사의 전폭적인 축구 관심은 강원 팬들의 염원이기도 했다.
김 지사는 8일 춘천 홈경기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게 된 사정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하필 이날 경기시간에 '제28회 강원도민의 날' 기념식과 '제39대 김진태 강원도지사 취임식'이 겹쳤다. 취임 후 첫 외부 행보로 축구장을 찾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김 지사는 '다음 홈경기에 꼭 찾아뵙고 두 배로 응원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빼놓지 않았다.
성남전 이후 울산 원정을 다녀오르라 일정이 빠듯했던 구단은 김천전이 열리기 전날, 선수단에 구단주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런 편지를 생각지도 못했던, 울산전 패배로 표정이 어두웠던 선수들은 이른바 '깜놀(깜짝 놀람)'하는 분위기로 금세 눈빛이 달라졌다고 한다. 사실 무승행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격려받을 일이 많지 않았던 강원 선수들이다. 김천전에서 '더이상 연패는 없다'는 투혼을 보여준 걸 보면 '구단주의 편지' 효과는 만점인 셈이다.
최용수 감독은 "구단주가 직접 편지를 보내는 건 드문 일이다. 주변의 관심과 지원에 늘 목말라 있던 시·도민구단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