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운명의 날이 밝았다. 숙명의 한-일전이 펼쳐진다.
콜린 벨 감독(61·영국)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19일 오후 4시 일본 이바라키현의 가시마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2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일본, 중국, 대만과 풀리그 형식으로 경쟁한다.
첫 판부터 그야말로 '대박'이다. 한국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격돌한다. 상황은 좋지 않다. 냉정히 말해 객관적 전력에선 밀린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다. 일본은 13위다. 상대 전적에서도 열세다. 한국은 앞서 32차례 격돌해 4승11무17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일본전 가장 최근 승리는 무려 7년 전이다. 2015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EAFF 여자 동아시안컵 본선에서 조소현 전가을의 득점을 앞세워 2대1 승리를 거뒀다. 이후 3무3패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마음은 없다. 벨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에야 말로 일본을 넘겠다는 각오다. 일본을 꺾어야만 우승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5년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벨호'는 최근 분위기를 타고 있다. 지난 2월 아시안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과 조별리그에서 격돌해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리코 우케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 막판 터진 서지연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남겼다. 일본에는 큰 충격이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일본의 미야자와 히나타(23)가 "이 타이밍에 상대할 수 있어 기쁘다. 그 대회 이후 개인으로서도 팀으로서도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선수들의 각오는 단단하다. 이영주(30·마드리드CFF)는 "예전에는 일본이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했다. 경험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일본이 강팀인 건 인정한다. 우리가 넘지 못할 산이라는 생각은 깨진 것 같다. 아시안컵에서도 우리가 좋은 경기를 했다. 이제 안 될 거란 생각보다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커졌다. 한-일전의 의미는 선수들의 머릿속에도 잘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잘해서 이기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아(31·인천현대제철) 역시 "목표는 일단 우승이다. 일본이라는 팀은 강하지만, 경기하다 보면 빈 공간 같은 약점이 나온다. 엄청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을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벨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이라는 강팀과 첫 경기를 치른다. 일본은 여자축구에서 오랫동안 훌륭한 역할을 해줬다. 여자축구에서 대표적으로 롤모델을 삼을 두 국가를 꼽으면 미국과 일본이다. 나아가 대만도 최근 많이 성장하고 있는 팀"이라며 상대를 경계했다. 한국도 최근 2∼3년간 매우 성장했다. 그만큼 이 대회에서 힘든 경기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