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볼카운트 1B2S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상대 좌완 최지만이 던진 스크라이크존 외곽 높은 쪽으로 살짝 빠지는 공에 배트가 따라나갔다. 이글스 옛 유니폼을 입고 대타로 출전한 타이거즈와 경기가 1군 마지막 게임이었다. 내야수 이성곤(30)은 다음 날 1군 등록이 말소됐다.
앞선 5월 4일 SSG 랜더스전에 7번-1루수로 선발출전해 2,4회 연속 범타에 그친 뒤 대타로 교체됐다. 5월 5일 경기엔 9회 대타로 나서 2루 땅볼을 쳤다.
이성곤이 4개월 가까이 퓨처스리그(2군)에 있는 동안, 같은 좌타자이고 포지션이 겹치는 김인환(28)이 중심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장타 부족에 허덕이는 팀에서 단비같은 홈런 15개를 터트렸다. 새로운 주전 1루수, 4번 타자가 탄생했다.
김인환이 5월 3일 3년 만에 1군에 올라왔고, 나흘 뒤 이성곤이 2군으로 내려갔다. 둘의 행보가 이 시점에서 엇나갔다.
퓨처스리그에서 이성곤은 꾸준하고 착실하게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6,7,8월 3개월 연속 월간타율 3할 이상을 찍었다. 6월 이후 39경기에 나서 126타수 42안타, 타율 3할3할3리를 기록했다. 홈런 1개를 치고 14타점을 올렸다. 장타가 적어 아쉽지만 볼넷 26개를 골랐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팀 감독은 최근 경기를 돌아보며 "타자 중에서 이성곤이 가장 좋았다. 꾸준히 열심히 하면서 최근 타격감이 올라와 타구질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퓨처스리그 선수의 목표는 딱 하나다. 3할 타율도, 2군 타격왕도 아닌 1군 콜업이다. 퓨처스리그는 어디까지나 1군으로 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다. '30세' 이성곤은 1군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최선의 노력을 쏟아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 최상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1군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 않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9월 확대 엔트리를 앞두고 "이성곤과 같은 포지션의 김인환이 잘 해주고 있다. 엔트리가 확대되면 투수 위주로 1군에 콜업하겠다"고 했다.
현장 지도자들은 당장 1군 주력전력이 안 된다고 해도, 퓨처스에서 성적이 좋은 선수를 주기적으로 올린다. 많은 기회를 주기는 어려워도 타이트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보내 경기력을 점검하고 체크한다. 1군 그라운드가 퓨처스팀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한 현역 감독은 "1군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2군 선수는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이성곤은 1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2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리(68타수 14안타) 홈런없이 4타점 4득점, 출루율 3할2푼5리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에게 다시 기회가 올까.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