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평생의 소원을 이뤘다. 이번엔 다시 만난 후배의 간절한 마음을 위해 뛴다.
KT 위즈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이른바 '박병호 더비'이자 절친한 선후배 박병호와 이정후의 진검승부로도 주목받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다.
박병호는 2011년 LG에서 키움으로 트레이드 이적했고, 2년 연속 50홈런(2014~2015) 시즌을 비롯해 리그 대표 거포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겨울 KT 위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 2년간의 부진을 씻고 올해 35홈런으로 정규시즌 홈런왕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특히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로 시즌아웃 위기에 몰렸지만, 시즌 막판 2경기 연속 대타 홈런을 쏘아올리는 투혼을 뽐냈다.
이정후 또한 올해 타격 5관왕을 거머쥐며 시즌 MVP가 유력한 리그 최고의 타자다. 데뷔시즌인 2017년을 제외하면 벌써 5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어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올해 KIA 타이거즈에서 이적해온 김태진은 "포스트시즌인데 다들 평온하고 안정감이 있다. 키움에서 가장 놀라는 점"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정후는 박병호의 키움 시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함께 박병호의 동생을 자처했다. 팀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들 간의 끈끈한 케미는 키움을 강팀으로 만든 발판이기도 했다.
경기전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박병호 더비', 그에 대한 질문에 "너무 주위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병호와 이정후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 홍 감독은 "얼마나 큰 경기에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싸우느냐가 관건이다. 양팀의 간판 스타들보다는 의외의 선수들에 의해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성남고 선배이자 KT 최고참인 박경수에게만큼은 진심을 숨기지 않았다.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모두 누렸지만, 박병호의 커리어에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은 없다.
박경수는 "(박)병호가 우리팀 오자마자 저한테 제일 먼저 한 말이 '작년에 TV로 한국시리즈 보는데 너무 부러웠다. 정말 좋았겠다'는 말이었다"면서 "병호가 '나도 반지 하나 끼워줘'라고 하더라. 올해는 병호와 함께 또한번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