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세징야(33·대구FC)는 역시 세징야였다. 가장 중요한 순간, 극적인 득점으로 또 한 번 대구를 살렸다. 대구는 16일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홈 마지막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세징야가 또 해냈다. 그는 팀이 0-1로 밀리던 후반 20분 천금 동점골을 꽂아넣었다. 대구(승점 45)는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뒤 세징야는 "리그 중간에 굉장히 어려웠다. 다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 코칭스태프, 팬들 모두 힘들었다. 그래도 힘을 잃지 않도록 했다. 잔류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준 여러분들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징야는 2016년 대구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대구에서 K리그1 승격, 구단 첫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등 모든 역사를 함께했다. 세징야는 팀과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2022시즌은 달랐다. 대구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파이널B 무대로 추락했다. 일각에선 세징야의 '에이징 커브'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는 "대구는 매해 성장했다. 팬들의 기대가 컸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가 잔류를 위해 싸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가 그 전에 보여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생존한 것 자체로도 감격스럽다. 우리가 올해 실수가 참 많았다. 보여주면 안 되는 경기력을 보였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 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징야는 어려움 속에서도 피하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팀을 대표해 팬들 앞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는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팬들 앞에서 진심으로 얘기했다. 함께 뛰는 동료들과 팀을 믿었다. 나는 이 팀이 어떻게 커왔는지 안다. 대구 팬들은 끝까지 함께 해줄 것으로 믿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뿌듯하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이룬 건 아니다. 하지만 모두의 힘으로 잔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세징야는 2022년도 '잔류'라는 해피엔딩을 작성했다. 팬들 사이에선 '세징야의 동상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는 "이미 했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골 넣고 브이 세리머니 하는 것, 아니면 포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게 완벽할 것 같아서 (미리) 생각을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