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예고된 이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에서 하차한다.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은 6일(한국시각) 대한민국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의 여정이 막을 내린 후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브라질에 1대4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그는 "계약자체가 월드컵 마지막 경기까지다. 최종예선 이후 새로운 제안이 있었지만 9월에 이미 월드컵까지만 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 쉬면서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전 이미 차기 사령탑 선임을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A대표팀 감독선임위원회를 수차례 개최해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변수는 카타르월드컵이었다. 월드컵 성적에 따라 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나 계약 종료는 흔들리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이날 "정몽규 회장이 오늘 벤투 감독과 면담을 했다. 재확인하는 자리였는데 벤투 감독은 재충전을 하면서 향후 거취를 선택하겠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이 기존 입장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최종적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벤투' 선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방향은 정해져 있다. 벤투 감독에 이어 다시 외국인이냐, 아니면 국내 감독으로 돌아가느냐에 첫 번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감독선임위원회 내에서도 외국인과 국내 감독을 놓고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여전 벤투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감독 리스트 작업은 충분히 돼 있다. 당시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미국 감독 등이 후보군에 있었고, 실제 접촉도 있었다. 후안데 라모스 전 세비야 감독, 슬라벤 빌리치 왓포드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레스터시티 감독, 키케 플로레스 헤타페 감독 등도 후보였다.
다만 이 감독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편이다. 따라서 외국인 감독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제2, 제3의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국내 감독이 다시 A대표팀을 맡을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높다. 카타르월드컵은 '이방인 사령탑'의 무덤이었다. 외국인 감독 가운데 16강에 오른 사령탑은 벤투 감독이 유일하다. 최근들어 자국 감독을 우대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축구의 경우 국내파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이 마지막이었다.
국내 감독 중에는 올해 강원FC의 돌풍을 일으킨 최용수 감독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강등권인 강원의 지휘봉을 잡아 팀을 잔류시킨 그는 올해는 파이널A에 안착시키며 또 한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FC서울 감독 시절에는 K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을 이끌며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지울 수 없는 주자다. 그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이승우 등을 이끌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8강에 올랐다. 포항 스틸러스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기동 감독과 40대 초중반의 젊은 감독들도 후보군에 이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얼굴이다. '독이 든 성배'라는 오명도 있지만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짊어져야 한다. 축구협회도 누가됐든 제대로 뽑아야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한편, 물러나는 벤투 감독은 "그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다. 선수들은 내가 함께 일했던 선수 중 최고"라며 "한국은 나에게 환상적인 의미다. 같이 일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이 경험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